2025년 9월25일 목요일 비
며칠 전 인터넷을 보다가 대둔산(大芚山878m)에 꽂혔다. 전부터 가보고 싶은 산이었기에 좀더 찾아보니 아침 일찍 KTX를 타면 하루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이미지를 검색했다. 그런데 유명한 빨간 철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뭐지? 그제서야 계룡산(鷄龍山)을 검색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왕 알게 됐으니 계룡산에라도 다녀오자. 서울역까지 가서 타야하는 KTX 대신 집에서 가까운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를 타면 된다. 그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디데이는 오늘, 9월25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1주일에 한번 하는 산행을 오늘로 잡은 것 뿐이다.
계룡산은 공주시와 계룡시, 대전 유성구에 걸쳐있는 산으로, 최고봉은 천왕봉(845m)이지만, 출입금지구역이라 갈 수 없다. 그래서 동학사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세진정(洗塵亭)~ 남매탑~ 삼불봉~ 관음봉~ 은선폭포 ~ 동학사(東鶴寺)를 거쳐 세진정으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산행계획을 세웠다. 지도상으로 총 산행거리는 9.7km, 예상 소요시간은 4~5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출발하기에 앞서 현지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아침까지 비가 계속 온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산행하는 중에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대전으로 출발했다. 수서역에서 SRT를 타기 위해서는 개롱역에서 첫 지하철을 타고 오금역에서 갈아탄 後 수서역으로 가야 하는데, 새벽 6시발 대전행 SRT를 예약해 논 터라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서 편하게 택시를 타기로 했다. 소요시간은 15분 남짓.
5시 반쯤 SRT 수서역에 에 도착해서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출발 15분전 탑승구 번호가 떴다. 4번 홈. 기차에 타서 자리잡고 앉아, 어제 준비해둔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조금이라도 음식냄새를 풍기면서 혼자 먹는 게 옆 사람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1시간 만에 대전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아직도 비가 내린다. 우산을 갖고 가긴 했지만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한 노선밖에 없는 지하철을 타는 데도 얼마짜리 승차권을 끊어야 하는지, 내리려는 현충원역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몰라 역무원에게 물어가면 간신히 지하철을 탔다.
대전역에서 현충원역까지는 14개역, 25분이 걸린다. 탑승시간이 짧기 때문에 졸음을 참아가며 설 때마다 역이름을 살폈다. 드디어 현충원역에 도착해, 이번엔 107번 버스를 타기 위해 3번 출구로 나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5분쯤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종점인 동학사 정류장에 내렸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방향을 몰라 잠시 두리번거리다 마을주민에게 동학사 가는 길을 물으니 똑바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정표를 보니 동학사까지 1.7km다. 이 정도면 동학사입구 정류장이라고 해야 할 텐데, 정작 동학사입구 정류장은 따로 있다. 뭔가 이상하다.
일주문을 지나 동학사로 향하는 동안에도 비가 계속 내려 우산을 쓰고 있느라고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산행을 동학사에서 멈춰야 하나, 망설이며 동학사까지 갔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사람이 한 둘 보였다.
마침 옆으로 지나가길래 어디까지 갈 거냐고 물으니, 오늘은 은선폭포 (隱仙瀑布)까지만 갈 거라면서 나한테는 관음봉(766m)까지 가보라고 권했다. 그 사람은 배낭커버도 씌우지 않은 채 우비나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걸었다. 비를 맞는 게 기분이 좋다나! 그럴 순 있지만 배낭 안 내용물이 젖을 테고 몸도 축축할 텐데!
암튼, 날씨를 봐가며 오늘은 삼불봉 쪽으로 돌지 않고 관음봉까지만 다녀오는 것으로 급히 계획을 수정했다. 이 산도 등산로가 만만치 않다. 나무데크 계단도 많고 다른 구간도 가파른 경사에 바닥은 온통 돌투성이다. 그래도 올라갈 때는 힘은 들지만 덜 위험하다. 하지만 이 길을 내려올 때는 훨씬 더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9시10분쯤 은선폭포에 도착했다. 오늘 목적지인 관음봉까지는 아직 1.2km 더 올라가야 한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으니 결국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관음봉까지 다녀오려면 1시간 반 이상 더 소요되겠지만 초행이라 등산로 상태를 알 수 없었다. 대신 다음에 다시 한번 오기로 하자!
폭포 옆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옛날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으며, 폭포 물줄기가 떨어지며 피어는 운무(雲霧)는 계룡팔경(鷄龍八景) 중 제7경이다. 하지만 갈수기(渴水期)에는 낙수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계룡8경’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2022년 계룡시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새로운 관광자원에는 은선폭포가 빠져있다. 그리고 새로 8곳을 선정했는데, 그중 계룡산 천왕봉을 비롯한 5곳은 군사보호구역 내 위치해있어 가볼 수 없는 장소인 것 같다. 그게 뭐야!
비를 맞으면 되돌아오는데, 은선폭포 못미처 한참 내려갔기 때문에 그만큼 또 올라가야 했다. 그리곤 가파른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그리고 30분 만에 동학사까지 내려왔다.
올라갈 때 그냥 지나쳤던 동학사 안내문을 보니, “동학사는 713년 당나라 상원조사(上院祖師)가 지은 상원암(上院庵)에 연원을 두고 있다. 상원암은 은혜를 갚으려는 호랑이 덕분에 여인을 만난 상원조사가 여인과 의남매를 맺고 함께 도를 닦았던 곳이다. 성덕왕 23년(724) 회의화상(懷義和尙)이 두 분을 기리기 위해 쌓은 탑이 현재 상원사지에 남아있는 남매탑이다.
고려 태조 3년(920)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지금의 동학사 자리에 사찰을 중창한 뒤 태조의 원당(願堂)이 됐다. 16년 後 신라가 망하자 류차달 (柳車達)이 이곳에 신라시조와 박제상(朴堤上)를 제사하기 위해 동학사
(東鶴祠)를 건축했고, 이후 사찰이 번창하자 절 이름도 동학사(東鶴寺)로 바꿨다. ‘동학’은 동쪽에 학 모양 바위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영조 4년(1728) 신천영(申天永)의 난(이인좌의 난에 가담)으로 사찰과 사당 모두 소실된 것을, 순조 14년(1814) 월인선사(月印禪師)가 신축했으며, 고종 원년(1864) 만화 보선선사(萬化 普善禪師)가 중창했다.”
동학사 주변에는 미타암(彌陀庵)관음암(觀音庵) 등 여러 암자가 있는데, 다른 사찰에 비해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미타암은 동학사 대웅전보다 더 커 보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타암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을 모신 암자로, ‘미타’는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이며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주관하는 부처님이다. 관음암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모신 암자며, 세상소리를 보도 듣는 보살이란 뜻이다. 또한, 문수암(文殊庵)은 뛰어난 지혜와 복덕을 뜻하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을 모시는 암자다. 이밖에 동학사에는 길상암 (吉祥庵)과 귀명암상원암 등의 암자가 있다.
역시 계속 비를 맞으며 버스정류장까지 내려와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켜놓고 간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버스를 타고 대전역으로 갔다. 아침에 탔단 107번 버스다. 그러니까 이 버스가 대전역에서 동학사까지 가는 버스였는데, 인터넷에서 지하철을 타도록 안내한 것은 시내 이곳저곳을 한참 돌아오는 버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하철요금은 절약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됐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직 서울로 가는 기차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대전역에 낮 12시쯤 도착했는데, 수서행 기차는 오후 3시경 출발한다. 우선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1시간 이상 앉아있는 게 눈치 보이는 것 같아 밖으로 나와 대합실로 갔는데, 의자마다 사람들이 만석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커다란 봉투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언뜻 봐도 반 정도는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그 유명한 ‘성심당’ 빵 봉투였다. 그래서 호기심에 성심당으로 내려가봤다.
역시 빵을 고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빵 종류마다 사는 줄이 다르다. ‘튀김 소보루’ 등 인기 있는 빵들은 다른 줄에 서서 사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하지만 유튜브나 TV에서 보던 만큼 줄을 서거나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빵 종류가 워낙 많고 대부분 새로운 것이지만 무작정 살 순 없어 한바퀴 돌면서 몇 개 사 갖고 나왔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빵 봉투를 주는데, 이것 또한 홍보효과가 있는 것 같다. 대합실에서 너도나도 빵 봉투를 들고 다니니 호기심에서라도 한번쯤 성심당엘 가볼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곳이니.
한참 기다렸다가 기차를 타러 갔는데 오늘따라 지연되는 기차가 많았다. 그리고 결국 사단이 났다. 내가 예매한 기차는 대전역에서 오후 3시8분 출발하는 수서행 SRT였는데, 비슷한 시간(3시4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는 걸 모르고 그 차를 타버렸다. 그리고 좌석에 가니 당연히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다.
승차권을 대조하다 보니, 아뿔싸! 내가 잘못 탄 거였다. 그런데, 기차는 속절없이 문을 닫고 출발하고 있었다. 어쩌나! 내리지도 못하고. 마침 승강구 옆에 간이의자가 있어서 앉아있다 나중에 승무원이 지나길래 물어보니, 내가 타려는 열차와 이 열차의 정차역이 달라서 어쩔 수 없이 기 열차를 타고 수서까지 가야만 한다고 했다. 자리가 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순전히 내 잘못인 것을! 그래도 탑승시간이 1시간 정도라 다행이다.
1시간 만에 수서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오금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 타려는데, 승강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하철이 떠나버렸다. 결국 10분 더 기다렸다가 귀가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배차시간을 조정해줄 순 없을까? 괜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