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양평 청계산(658m)

by 이흥재

2025년 10월2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중미산(仲美山·834.2m)을 가려고 했었다. 초행(初行)이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미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올라갔다 오면 될 터였다. 전철이 닿지 않아 자동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주행거리는 50km 남짓 됐다.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뜨고 준비한 다음 아침도 먹지 않고 차를 타고 나갔는데, 이른 새벽인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아주 많았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암튼, 50km를 운전해서 중미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공사중이라면서 입구가 막혀있다. 이른 아침이라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잠시 망설이다 조금 더 가니 공터가 있어 차를 대놓고 등산로를 찾아갔더니, 입구가 막혀있고 경고문만 붙어있었다. 왜 막아놨는지, 언제부터 다시 열리는지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무슨 일이지?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본적이 없었다. 암튼, 오늘 중미산에는 오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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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쩌지?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산에라도 가기로 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용문산(1,157m 양평군 용문면)과 청계산(656m 양평군 양서면)이 가까운데 그중 청계산을 택했다. 시간도 조금 지체된 데다 귀가길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택한 결과였다.


네비게이션을 입력하니 18km 가야 한다. 부지런히 차를 몰아 청계산 아래 주차장(양평군 양서면 국수리 222-1)에 도착하니 7시반 가까이 됐다. 곧바로 산행시작. 등산로 입구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거리가 4,750m다.


청계산 등산로는 서울주변에 있는 산들보다 오르기에 수월한 편이다. 계단도 거의 없고 바위길도 한두 군데 뿐이다. 그래도 오르막을 걸으니 땀이 비오듯 한다. 오늘 기온은 최고기온이 26℃라고 했으니, 지금 기온은 분명 그보다는 낮을 텐데도 한여름 같다.


조금 오르다 보니 알밤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너무 잘다. 그래도 몇 개 주워서 길옆 풀숲에 올려놓았다. 산에 가져가긴 번거로우니 내려오면서 챙길 요량이었다. 그리고 좀더 거니 등산로 옆 산기슭에 1m 남짓 되는 돌탑들이 여럿 보이고, 손대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다. 사진 몇 장 찍고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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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을 만났다. 왼쪽길이 150m 더 멀다. 그럼 오른쪽길이 더 가파를 수 있는 건데, 그래도 조금 더 가까운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역시 많이 가파르다. 그렇다고 왼쪽길이 마냥 수월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땀 흘리러 왔으니 조금 더 흘리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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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20분, 형제봉(507.6m)에 도착했다. 주위에 있는 나무데크 전망대에 오르니 좌우 마을들이 구름에 덮여있다. 해가 나고 있는데도 오늘은 구름이 유난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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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을 지나면서 등산로가 내리막길이다. 어차피 원점회귀 해야 해서 잠시 後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쉬면서 갈 수 있는 내리막길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쩌랴! 청계산으로 가는 길은 여기 뿐인걸!


이정표를 보니, 형제봉에서 청계산까지는 1.82km다. 조금 가다 보니 길 옆으로 흙이 여기저기 파여있다. 아마도 멧돼지 소행일 터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등산하다 보면 이런 현장을 가끔 마주하곤 한다. 다행히 멧돼지를 직접 만날 일은 없을 거다. 멧돼지도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진 않을 테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오전 8시56분, 드디어 청계산 정상에 도착했다. 출발한지 1시간 반 만이다. 쉬지 않고 땀범벅이 되어 오르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올라온 것 같다. 정상석 사진을 몇 장 찍은 後 옆에 있는 테이블에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조금 먹었다. 오늘 첫 식사다.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고픈 걸 별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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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대체로 수월하다. 육산(肉山)인데다 길바닥도 거칠지 않아 다른 산들에 비해 위험하지도 않다. 내려올 때는 형제봉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그 또한 수월하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여럿 만났다. 내 기준으로 보면 저들은 언제 올라갔다 오니 싶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 뭣 하러 그렇게 일찍 다닌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저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아무튼, 엉겁결에 청계산을 오르게 됐다. 산행리스트에 올려있는 산이니 언젠가는 와야 했었지만, 계획에 없이 조금 일찍 왔을 뿐이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반이 조금 안됐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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