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애기봉 암릉길 코스)

by 이흥재

2025년 11월28일 금요일 맑음


엊그제 인터넷을 보다가 ‘불암산을 오르는 애기봉 암릉길 공사를 마쳤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불암산에 애기봉이 있다는 것은 지난 2022년 3월, 수락산과 애기봉 정상석이 잇달아 실종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됐지만, 그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인터넷을 보면서 불현듯 호기심이 생기게 됐다. 그리고, 그 코스로 불암산엘 올라보기로 했다.


다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애기봉을 오르는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지하철 4호선 별내별가람역인데, 지하철만 타고 가기엔 너무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최단코스를 찾아보니 개롱역에서 지하철을 탄 後 천호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종점인 별내역에서 내린 다음, 5번 출구로 나가 버스를 타고 가면 몇 십분 단축할 수 있었다.


5번출구로 나가니 아주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곧바로 버스가 오는데, 경유지에 ‘별내별가람역’이 쓰여 있길래 그래도 확인차 버스기사에게 물어보니 안 간단다. 그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확인한 後 버스를 탔는데, 도상거리는 3.4km인데도 버스로는 일곱 정류장이가 됐다.


버스를 타고 별내별가람역에 내렸는데, 방향을 잘 모르겠다. 멀리 불암산인 듯한 산봉우리는 보이지만 찾아가는 길을 잘 몰라 네이버 지도를 켰다. 그리고 지도에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참 걸어가다 보니, 드디어 애기봉 1.5km, 불암산 2.4km란 이정표가 보인다. 집에서 출발지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산에 오르는 길은 멀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서 잠시 걷다가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거기부터는 이정표가 더러 보였다. 왼쪽으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맨눈으로 보기엔 눈이 부셨는데, 사진을 찍으려니 꽤 멋진 피사체로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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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르다 갈림길이 나왔다. 정면으로는 흙길이고 오른쪽으로 나무데크 계단길이다. 정면이 진행방향이긴 한 것 같았지만, 오른쪽길이 궁금해서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그곳이 애기봉이었다. 높이는 204m밖에 안됐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월간산> 2023년 5월호 ’70kg 돌덩이를 지고 오르다’란 기사를 보면, 남양주시청 산림과에서 2023년 4월4일 애기봉 정상석을 새로 세웠다고 한다. 또한, 2021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락산 도솔봉•도정봉•주봉, 국사봉 정상석과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 및 기차바위 안전로프 6개를 훼손한 20대는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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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옆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불암산 정상까지 1.3km다. 그런데, 처음 본 이정표에선 0.9km(애기봉 1.5km, 불암산 정상 2.4km)였고, 두번째 이정표엔 0.85km였는데, 왜 거리가 늘어난 거야? 재료나 글씨를 보면, 분명히 한군데서 설치한 것 같은데 거리계산을 어떻게 한 거야? 산에 다닐 때마다 궁금하다.


올라가다 보니 ‘애기봉 암릉길’ 안내문이 보인다. “이 길은 애기봉에서 불암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암릉 등산로로, 남양주시•구리시•의정부시• 서울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 풍경이 아름답다. 경사가 급하고 바위면이 미끄러우니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하라.”


안내문에는 애기봉 암릉길이 애기봉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조금 가다 보니 ‘애기봉 암릉길 시작점’ 안내문이 따로 있다. 그리고 거기부터 안내문대로 경사 30도 이상 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양옆에 난간을 설치해 놨지만,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올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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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품쉼터’에 도착했는데, 갈림길이 보인다. 이정표를 보니 왼쪽 데크길로 가면 정상까지 570m고, 오른쪽 암릉길로 가면 400m다. 아무래도 암릉길이 더 어려운 코스일 것 같아 오른쪽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뭐, 좀 어렵긴 해도 지금까지 올라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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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30분이 채 되기 전에 불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길 2.4km였으니 1시간이면 충분했다. 불암산엘 여러 번 올랐지만, 이번 코스는 처음이다. 그리고 가장 단거리 코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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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태극기가 꽂혀있는데, 바람이 한점도 없으니 태극기도 축 늘어져 있다. 그래도 밧줄을 타고 정상바위까지 올라갔다. 작은 웅덩이에는 얕은 살얼음이 얼었지만, 추운 줄 모르겠다. 엊저녁에는 오늘 기온이 급강하하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경고문까지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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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석 뒷면에는 “산악인의 정신으로 아름다운 우리강산 길이길이 보존하고 불함산의 정기 받아 대대손손 강건하세”라고 새겨져 있다. 또한 불암산 정상 바위 중앙에는 ‘삼각점’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 안내문을 보면, “삼각점은 전국에 일정한 간격으로 1만6천여 점이 설치돼있으며, 이곳 높이는 509.7m”라고 한다.


불암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수많은 아파트단지 뒤로 북한산 세 봉우리 즉, 백운대(835.5m)• 인수봉(811)•만경대(799)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왜 예부터 북한산을 삼각산(三角山)이라고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전하는 얘기처럼 개경에서 바라봤다는 건 믿을 수 없다. 불암산에서 바라봐도 저렇게 조그맣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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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계역 방향으로 산을 내려간다. 이정표를 보니 상계역까지는 2.3km다. 내려가는 길도 초반에는 경사가 심해 쉽지 않다. 그래도 외줄 난간을 붙잡고 한발씩 내려가다 보면, 잠시 後 흙길이 나오면서 하산길이 한결 수월하다.


오전 9시 조금 지나 불암정(佛岩亭)에 도착했는데, 그 앞에 ‘불암산의 전설’ 안내문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이라고 한다. 어느날 불암산은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하는데 한양에 남산이 없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가 남산이 되고 싶어 금강산을 떠나 한양으로 출발했는데, 한양에 이미 남산이 자리잡고 있어서 불암산은 금강산으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지금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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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얘기도 아니고,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가 풍부한 시기에 이런 전설을 만들어냈다니,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로다!


상계역까지 무사히 내려와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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