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20일 (화)
오늘 아침식사는 7시부터 할 수 있다고 했다. 어제 인터넷을 찾아보니 오늘 가려고 했던 산타크루스 데 베사나의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일정을 조정해 오늘은 산탄데르까지만 걷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바쁠 건 없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6시에 일어나 씻은 후에도 침대에 있다가 6시45분쯤 식당으로 갔더니 벌써 아침식사 준비가 돼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흔한 바게트를 잘라놓은 것과 잼, 버터 그리고 거피와 우유가 있었다. 그래도 혼자서 챙겨먹는 것보다는 훨씬 고급지다.
여기서 우유를 주는 이유는 대부분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를 만들어먹기 위한 거지만, 나는 커피를 먼저 마시고 따뜻한 우유를 따로 마셨다. 집에 있을 때는 늘 차가운 우유만 마셨는데, 따뜻한 우유도 꽤 마시기 좋았다.
오늘은 출발도 늑장을 부리다 보니 제일 늦게 알베르게를 나선 것 같았다. 7시 반쯤 나왔으니까 평소보다 1시간이나 늦게 나온 셈이다. 언덕을 오르면서 보니 안개가 마을을 싸고 있었다.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아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보는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조를 통해 알게 된 지도 앱을 다운 받은 후부터는 카미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만약 카미노에서 조금만 벗어난다 해도 지도를 보면 바로 제 길을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안하도 된다.
1시간 반쯤 걸어서 해변에 다다랐는데, 아직은 이른 시간(아침 9시쯤)인데도 서핑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춥지도 않나! 여기부터는 계속 해변을 보면서 걸었다. 그리고 아주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산탄데르가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한참 동안 더 가야 했다.
오전 10시쯤 소모 해변(Playa de Somo)에 도착했는데, 카미노가 이상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 모래밭을 걸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발이 푹푹 빠지면서 피로가 더해갔다. 한참 걷다가 아예 파도가 치고 있는 물가로 갔더니 처음엔 땅이 조금 굳은 것 같아 걷기 좋았지만 이내 좀 전과 같이 걷기 힘들었다. 이곳에도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은 좀 전에 봤던 곳보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마도 단체로 온 사람들인 듯했다.
그렇게 50분 가까이 해변의 모래밭을 걷다가 해변을 벗어나면서 드디어 바르를 만났다. 이제 산탄데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바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맥주만 한잔 마셨다. 그런데 맥주에서 달콤한 과일향이 났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무슨 맥주지? 물어보진 않았다.
이제 산탄데르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 한다. 바르에서 나와 20분쯤 걸으니 배표를 파는 조그만 집이 나타났다. 요금은 3.1유로였다. 그런데, 배를 타기 전에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 아니, 갑판 위에 앉아서 갈 건데 왜 마스크가 필요한 거야? 시간을 보니 11시30분에 출발하는 배가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11시25분에 배가 왔고, 타고 온 사람들이 내린 후에 배를 타자 곧바로 출발했다. 배는 중간에 페드레냐(Pedreña)에 잠시 들러 사람들을 몇 명 더 태우고 20분 남짓 걸려서 산탄데르에 도착했다.
이제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Santos Mártires)를 찾아가야 한다. 지도를 보니 카미노는 큰 길을 건너야 하는 것으로 나와있었다. 신호를 기다려 길을 건너니 바로 바르가 보여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토르티야와 샌드위치(영수증에는 모두 핀초라고 나왔다), 맥주를 를 주문했다. 가격은 7유로. 그런데 토르티야에 생선 갈아 넣은 게 들어있었다. 무슨 생선인지는 모르겠고, 생선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먹기에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가려내기가 어려워 그냥 먹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 탈이 없으니 그것으로 안심이 됐다.
바르에서 구글지도를 검색해보니 알베르게로 가려면 좀 전에 건넜던 큰 길을 다시 건너야 했다. 지도에서 안내하는 대로 가다 보니 산탄데르 대성당(Catedral de Santander) 앞을 지났다. 한 블록 더 가서 지도에 표시된 대로 언덕을 오르니 오늘 묵을 알베르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자주 마주치는 순례자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알베르게는 건물 2층에 있었는데 계단을 올라가니 아직은 문이 닫혀있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 얘기로는 오후 1시에 문을 열 거라고 했다. 이제 10분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5분쯤 지나자 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안으로 들어가서 두번째로 침대를 배정받았다. 요금은 15유로.
이 알베르게에서는 빨래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세탁기를 쓰기로 했다. 요금은 4유로. 건조기도 4유로였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돌리려는데 주인이 말렸다. 꽉 채워서 돌리라는 거였다. 마침 옆에 있던 젊은 순례자가, 자기가 샤워부터 한 후에 함께 돌리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문제 없었다. 내가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동안 그 순례자가 세탁기는 물론 건조기까지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세탁부터 건조까지 반값(4유로)에 해결했다.
좀 전에 슈퍼마켓에 가는 길에 우연히 버스터미널을 지나가게 됐다. 내일 산티야나 델 마르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버스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터미널로 들어갔다. 게시물을 보니 산탄데르에서 산티야나 델 마르와 코미야스(Comillas), 산 비센테 데 라 바르케라(San Vicente de la Barquera)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10시30분과 11시30분에 출발한다.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도 몇 대 있었지만, 어차피 오전에 출발해야 한다. 이곳에서 내일 아침에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10시30분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여기 와서 제때 식사를 챙겨먹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식당은 찾기도 어려운데다가 식당이 있다 해도 식사시간 맞추기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저녁 먹으러 6시쯤 밖으로 나갔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찾을 수 없어서 점심에 먹었던 것과 비슷한 핀초와 토르티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