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29일째, 카다베도에서 루아르카까지

by 이흥재

2022년 10월5일 (수)


오늘은 비교적 짧은 거리(gronze.com 기준 15.3km)를 걸을 거지만 출발시간은 언제나 같았다. 오늘 걷는 카미노는 포장도로를 벗어났다가 반복하는 코스지만, 어두운 밤에 숲속 길을 걷는 게 부담스러워서 카미노가 포장도로에서 아주 벗어날 때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래도 숲속 길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었다. 오늘도 역시 오르막이 심했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니 힘들게 언덕을 올랐다. 7시50분쯤 환하게 밝은 바르를 만났다. 분명히 안에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는데, 출입문은 잠겨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걸었다.


오늘은 나를 앞서가는 순례자도, 바르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4시간 동안 내리 걷고 목적지인 루아르카(Luarca)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바르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부터 다녀온 후에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흘린 땀을 식히고 와이파이도 이용했다.


이제 목적지가 코앞인데,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나중엔 계단으로 이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내려갔으니 다음날은 그만큼 올라가야겠지만 내일은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알베르게(Albergue Villa de Luarca)를 찾아갔는데, 아직은 10시 반밖에 안된 시간이었다. 출입문에는, 알베르게를 이용할 순례자는 맞은편에 있는 호텔(Villa de Luarca)로 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호텔로 갔더니 그곳의 문도 잠겨있었고, 방문자는 전화를 걸도록 해놨다. 거기에 쓰여진 대로 100번으로 전화했더니, 알베르게는 12시에 오픈한다고 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바르로 가서 커피를 한잔 주문했는데, 와이파이가 안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바르나 식당은 와이파이가 되지만 이런 곳들이 가끔 있었다. 커피만 마시고 곧바로 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 망설이다가 슈퍼마켓에 들러 점심과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고, 와이파이 되는 바르를 찾아갈까 하다가 호텔 밖에 소파가 있었던 게 생각나서 그곳으로 다시 갔다.


배낭을 옆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동영상으로 보고 있었더니 11시 반쯤 직원이 나와서 알베르게로 같이 가자고 했다. 잘 됐다. 그를 따라가서 13유로를 주고 오늘도 첫번째로 침대를 배정받았다. 아니, 내가 편한 대로 침대를 골랐다. 이곳은 화장실과 샤워장이 한 세트였다. 그동안 이런 곳이 종종 있긴 했다.


점심은 오늘도 파에야를 데워먹었다. 망고주스와 함께. 좀 전에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살까 망설이다가 자칫 탈이라도 나면 안될 것 같아서 주스를 사왔었다.


오늘은 빨래를 모두 모아서(패딩점퍼와 침낭까지) 세탁기를 돌리기로 했다(건조까지 포함한 요금은 2kg에 6유로, 1kg추가 시 2유로). 세탁기 위에 빨래를 올려놓고, 세탁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6유로를 접수대에 두고 해안가를 보러 나갔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해안가이면서 해변(playa)은 없었다.

해안가.jpg
항구.jpg

한동안 구경하다가 알베르게로 다시 돌아왔는데 순례자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지만, 나는 모든 걸 마친 상태여서 상관없었다. 그런데 직원이 빨래를 봉지에 담아서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무게를 쟀더니 2kg을 초과해서 30센트를 더 지불하고 빨래를 해달라고 주인에게 맡겼다.


저녁에는 훈제통닭을 데워서 먹었다. 맛도 영양도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게다가 값도 쌌다. 다행스럽게도 전에 먹었던 것보다 덜 짜서 좋았다. 닭 한 마리가 적은 양은 아니지만 먹다 보니 다 먹었다.


알베르게의 와이파이 사정이 좋지 않았다. 분명히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얼마간은 인터넷에 되다가 감자기 멈췄다. 그 후로도 인터넷이 끊어졌다가 연결되길 반복하니 사용하는데 짜증이 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미노 28일째, 소토 데 루이냐에서 카다베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