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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Nov 18. 2016

여행, 그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

방콕 생활자 코스프레 준비 중

4년 만에 다시 방콕으로


딱 4년 전 이맘때, 방콕에 9일간의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전에 유럽, 캐나다, 미국만 가보았고 아시아 쪽은 왠지 익숙한 풍경일 것 같고 언제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중 '여행자들의 성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카오산로드를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동양적이지만 한국과는 다르고 서양의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오묘한 어울림이 있는 곳일 것 같아 그 '이국적'인 분위기에 끌려 방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전의 유럽여행도 정말 좋았는데 의외로 이 방콕이라는 곳이 너무 매력 있어서 꼭 또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떠났다. 하지만 늘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려는 나의 욕심에 아직까지 다시 가지는 못했다. 마치 게임에서 레벨을 하나씩 클리어하듯 다른 나라를 다 가보는 것이 내 인생의 즐거움이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 방콕은 자꾸만 생각이 났고 결국 2주 후 떠나기로 비행기 티켓 발권을 마쳤다!


태국의 수도 방콕은 정말 다양한 재미가 있고, 할 것도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곳이었다. 또한 서울보다 저렴한 물가와 한국사람에게 우호적인 태도는 유럽이나 미국을 다닐 때보다 마음이 편해서 더 좋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항공과 숙소를 알아보고 뭘 할지 검색해보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고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설렘이 최고조를 이룬다. 한 번 가본 곳을 또 간다는 것은 그리운 옛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익숙하면서 낯선 기분이 들어 처음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천천히 구석구석을 거닐고자 3주 동안 머물 계획이다. 




여행, 익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일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유목민처럼 떠돌기만 한다고 늘 설레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안정이 없이 변화만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어딘가 머무르고 싶어 지는 법이다. 낯선 곳에 가게 될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긴장하고 두려워하지만 또 한 편으로 설레기도 한다.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그 순간 지루함이 들어올 틈이 없고 오감이 살아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집과 회사를 오가고 사는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루틴은 스트레스를 줄여주지만 적정시점에서 자극을 주지 못하면 타성에 젖어 변화를 귀찮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무료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영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겠지.. 적절한 타이밍에 떠나는 여행은 뻑뻑해진 기계에 기름칠을 해주어 다시 잘 돌아가게 해주는 것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행이 유독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 삶에서 변화를 주고 싶고 스스로 무미건조해졌다는 생각이 들어 자극이 필요할 때였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은 마비된 감각을 깨워내고 한국에 살면서 생긴 심리적 제약들이 약해져 과감해지기도 한다. 왠지 서울에서는 입지 못했던 옷을 입고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를 누린다. 내가 속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어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익숙함이란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는'것과 같다. 매번 새로운 상황에서 머리를 쓰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받는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어기제로 해본 적 있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실패 확률이 낮고 효율적인 대응방식이다. 이는 우리 삶을 순탄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도록 변화요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녹슬지 않는 감각을 유지하고 지루할 틈 없이 신나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어제와 또 다른 내가 되어 다양한 삶의 맛을 느끼기 위해! 이렇게 오늘도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방콕 여행자 될 준비 : 숙소 예약


일단 항공과 숙소에 대한 예약은 거의 마쳤다.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역시 숙소인데, 호텔도 많고 호스텔도 많고 Airbnb도 많아서 선택 장애에 걸리기 쉽지만 한 번 가봤기에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여기저기 관광지를 찍는 여행을 할 필요는 없으니 골목골목의 카페와 현지 음식도 맛보고 코워킹 스페이스도 찾아보려 한다. 일단 초반에는 수영장과 조식 뷔페가 있는 호텔에서 며칠 신선놀음을 하다가 캡슐형 호스텔에서 경비도 아끼고 여행자의 기분을 느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콕에 호스텔이 꽤 많은데 최근에 지어져 깨끗하고 트렌디한 인테리어에 마음이 끌렸고 1박에 1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까지!



호텔

Well hotel bangkok Sukhumvit 20


원래 전망과 수영장 때문에 모드 사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로모션의 유혹으로 덜컥 예약해버린 웰 호텔 방콕. 

조식 뷔페 포함이고 3박 이상 시 '룸 업그레이드 + 무료 스파 15분+ 마사지 + 무료 공항 픽업'이라는 프로모션 진행 중이다. 작년에 생긴 호텔이라 행사를 하는 것 같은데 1박에 75000원 정도이고 수영장도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호스텔

LAMURR HOSTEL


Booking.com에서 평점이 9.6인 것에 혹해서 

예약한 호스텔. 조식 포함 1박에 18000원 정도.

예약하고 보니 좀 답답할 것도 같고 찜찜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미 환불불가라 그냥 겪어보기로 했다. 






전부 조식 포함인데, 늘 마음과 달리 늦잠을 자서 조식을 못 먹을 때가 많았었는데 이번엔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먹어야겠다. 불안한 건 둘 다 작년에 생긴 숙소라 깨끗하긴 하겠지만 한국인 리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 여행카페에 한 두 개는 있기 마련인데 특히 lamurr 호스텔의 경우 블로그 등의 후기가 전무하다. 평점은 높지만 아마도 한국인 없이 외국인만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험하는 기분으로 겪어보고 리뷰를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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