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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r 31. 2016

반일감정

나 또한 한국사를 배웠고, 그래서 일본을 좋아하진 않는다. '박씨전'을 통해서 울분을 표출했듯이,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문명5'에서 일본 열도를 핵잠수함으로 둘러싸고 '핵 파티'를 벌이다 왔다. 사무라이 정신을 게임에 반영했는지, 웬만하면 도시 두개가 사라지면, 평화협상을 제시하기 마련인데, 이놈의 일본은 끝끝내 항복하지 않았다. 이미 열도는 핵폭탄으로 방사능 낙진이 그윽한 상태였기에, 다 무너뜨리고 괴뢰정부로 만들어 버린 후에야 무엇인가 응어리가 사라진 느낌이다.


게임은 게임이고, 그러다가 잠깐 역사교육, 특히 반일관련해서 일본을 비판할 때를 생각해봤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했기 때문'이라는 표면적이고 아주 1차적인 것에 대해서만 몰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무언가 조금 건설적인 비판을 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된다. 여기서 그 기준은 사회적 진화론 원리에 따라 강자가 약자를 해먹어도 되는 제국주의가 될 수 있겠다. 제대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비판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이를테면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같이 명확한 비판의 준거제시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그저 우리가 일본에게 침략받았기 때문에 일본을 그저 싫어한다면, 그건 아무런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행해지는 나의 '핵 파티'와 다를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보면서 '우릴 괴롭히더니, 원폭이나 맞았구나, 꼬시다.'하는 생각은 조금 수정될 필요가 있다. '폭력'에 대한 명확한 인식없이 그저 날 때렸던 놈이 지금은 맞고 있으니 기분이 좋단 거다.  물론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나 제국주의 아래에서 고된 삶을 살지 않았기에 오만하게도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제국주의와 상관없이 그냥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기득권의 진화론에 희생된 일본사람들에 대해서는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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