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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준 Apr 17. 2018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remeber20140416

이대에 다니는 룸메이트형의 여자 친구가 한 말이 기억에 맴돈다. 최근 세월호 관련 영화가 개봉했지만 본인은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회이슈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험기간이기 때문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제는 지친다는 것이었다. 최근 2년간 이화여대에서는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정유라, 교수들의 성범죄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가 되는 큰 사건 외에도 대학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녀는 지친 듯 했다.
그럼 나는 어떠했는가. 외대 역시 이대 못지않게 큰 문제들이 많았다. 서울캠퍼스에서 벌어진 콜라테러부터 잔디광장 폭행, 부비대위원장의 횡령, 두건의 보이스피싱, 글로벌캠퍼스에서 일어난 수천만원의 소송, 여성혐오발언의 총학생회 집행부 문제. 그리고 캠퍼스 따질 것 없는 미투운동에 지목된 3명의 교수. 그 중 무책임하게 자살한 한 교수까지 정말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나 역시 이런 것들을 취재하면서 세월호는 크게 생각지 못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에 불가하다. 조금의 시간을 내서 노트북에 붙어있는 노란리본을 보며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가방에 있는 노란리본을 조금이라도 닦아 줄 수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세월호 뱃지를 나눠주던 그 시절은 어디갔는지 며칠전 편집회의록에 이 같은 내용이 올라와 아차 한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진다. 지친건지도 잘 모르겠다.
뭐 그저 이렇게 부끄러우면 다행이다. 기자생활을 하며 나의 제일 나빠진 것은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약자를 보며 공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기사를 쓸 때 기계적 중립이랍시고 강자의 입장도 함께 들고 기사에 반영했다. 강자는 매우 영악하다. 그들의 논리는 매우 탄탄하고 재산, 권력 모든 것에서 앞선다. 그들의 논리를 들으면 기자랍시고 다니는 나마저 혼돈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지치는 것은 당연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은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지나도 잊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위부터 아래까지 관료주의에 빠진 대한민국과 책임 없는 선장, 그리고 수습에 있어 단순히 없애면 된다는 무지의 소산이 모두 뒤섞인 누가누가 병맛을 잘 하는가를 잘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2014년 4월 15일과 같이 매우 평범하고 평화로운 저녁에...
#remeber0416 #416 #세월호 #세월호참사4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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