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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준 May 31. 2021

개와 늑대의 시간


태양과 어둠이 교차하는 새벽과 저녁. 하루 두 번 이 시간. 멀리서 다가오는 저 그림자는 나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나의 동료인 개인지 분간하기 어두운 순간. 프랑스에서는 이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합니다.


 이 순간. 하나의 착각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아가게 만든다는 존 L 캐스터의 X-이벤트처럼. 이 모든 것을 잃게 만듭니다. 무엇이 개이고 늑대인지 궁극에야 알게 되는 그런 청춘의 헤맴은 어쩌면 우리가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그런 두려움을 주곤 합니다. 


저 시간에 우리를 내몰고 있는 저급한 세상에. 스스로를 혹사 시키는 것은 품위라 여기며. 헌신이고 미덕이라 세뇌하는. 세상에 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그런 우리는 엄숙주의와 도덕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와의 불화보다는 타협을 선택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명감을 가지면 욕심과 집착으로,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 무책임해 보인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 앞에. 군군신신부부자자. 그저 제 자리에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이 공허한 외침은. 


 청춘을 즐기라며 20대가 봄이라며 이야기하는 그들 앞에서. 춘래불사춘. 마음 한 편 그들이 만든 해결할 수 없는 응어리가 이 좋은 날들을 겨울로 만들었다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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