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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장수 Jan 28. 2019

나도 혹시 폭력을 휘두르진 않았나

언어폭력에 대하여

나도 혹시 폭력을 휘두르진 않았나


 "여름이 되면 나는 행복한 눈사람이 될 거야!"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서 눈사람 캐릭터인 울라프가 여름을 상상하며 부르는 노래, 'In summer"에 나오는 가사이다. 울라프는 엘사의 여동생 안나와 장사꾼 크리스토프 앞에서 해맑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들은 크리스토프는 울라프에게 현실을 말해주려고 하지만,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 그러지 말라며 제지한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울라프의 순수함과 울라프의 꿈을 지켜주려는 안나의 모습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울라프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꿈이 있다. 꿈은 아직 이루지 못한 미완성의 상태에서 희망하는 것이기에, 가끔씩 우리의 꿈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순진하다 못해 미련하고 어리석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각자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고 조언을 해준다. 이런 진심 어린 조언을 듣는 나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쓸데없이 이야기해서 저 사람한테 꼰대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며, 왜 저 사람은 나보다 고민을 적게 하였을 텐데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이며,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고개 끄덕이며 듣고 있지?

 

 조언을 굳이 원하지도 않았는 데, 조언을 하는 입장의 사람은 '갑'이 되고, 듣는 사람은 늘 '을'의 입장이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있어서 힘의 관계가 형성이 된다. 조언자의 이야기는 경청하여야 하는 힘의 불균형에서 불편함이 찾아온다. 조언이 설령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도 상대의 생각을 비판하고 부정하게 된다면 조언이 폭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조언도 결국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 가치관이라는 프레임에서 나오는 생각에 불과하므로 절대적이지 않다. 또한 생각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반대로 우리가 조언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업을 이어오며, 직장생활을 해오며 배워온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경험한 분야는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고, 상대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한다. 그리고 상대의 수준이 미약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상대의 리액션을 보고 완곡하게 에둘러 이야기를 할지, 직설적으로 강하게 이야기를 할지 결정하게 된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불균형한 힘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행할 수 있다.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 만이 폭력이 아니다. 몸이 다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다칠 수 있다. 더군다나 마음의 상처는 오래간다. 그리고 욕설이나 비난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생각을 공격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도 폭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상대의 얕은 지식을 비웃어도 안된다.


 대학 입학과 학업성적이 큰 고민인 고등학생과 여자 친구와 헤어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청년의 이야기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사춘기 정도의 고민거리로 생각을 하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심각하다.  고시생들에게는 앞두고 있는 시험이 전부이다. 이 세계의 밖에 위치한 사람에게는 그저 작은 세계처럼 보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전부인 세계이다. 그런데도 어떤 이는 그들의 생각을 폄훼하여 조언을 가장한 자신의 말을 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이것은 폭력이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책을 보지만, 혹시 내가 가진 지식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진 않나, 상대를 나보다 지적으로 열위하다고 짐작하여 은연중에 낮잡아 보고 있진 않나 스스로를 뒤돌아본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며 나 자신에 대해서는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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