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관심을 받을 때 심리적 상태에 대하여
사건은 어제 새벽에 발생했다. 잠결에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습관적으로 브런치에 들어갔다. 요즘 글을 나름 열심히 쓰고 있어서 조회수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조회수는 바로미터였다. 조회수가 떨어질 때면 ‘좀 더 분발해야지’ 혹은 전날보다 올랐으면 ‘잘하고 있어’ 식으로. 눈을 반쯤 뜨고 브런치를 확인했는데 조회수 2000명이 넘어있었다.
도대체 왜?
심장이 두근거렸다. 유입경로를 확인하니 기타로 나왔다. 내가 행복한 꿈을 꾸는 건가 했다. 금방 다시 잠들었다.
꿈에서도 나는 브런치에 접속하고 있었다. 조회수가 폭주하고 있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 환호성을 지르려 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확인했다. 조회수 5000명 돌파. 약간 무서워졌다. 글의 퀄리티도 낮고 구독자도 적은 내가 도대체 왜? 내가 4일 전에 포스팅한 글’ 나는 3년 차 백수다’에 유난히 조회수가 높은 걸 보고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내 그 배후에 우리나라 1등 회사 다움(Daum)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이 글이 다음 메인화면에 게시되었던 거다)
흥분되었다. 조회수가 천 단위로 돌파할 때마다 브런치에서는 알림을 주었고, 그때마다 짜릿한 흥분 상태가 되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더더더더’를 외치고 있었다. 내가 산 주식이 계속 오를 때의 느낌처럼, 아드레날린이 지속적으로 분출되었다.
자랑하며 알리고 싶었다. 왜 복두장이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혼자서 외치고 왔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복두장과 달리 참지 못하고, 내 글이 게시된 포털사이트 화면을 사진 찍고, 지인들에게 넌지시 보낸다.
메인에 올라간 글은 ‘나는 3년 차 백수다’라는 글이다. 이 글은 회사 퇴사 후 2년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을 적은 글인데 , 나의 맨살을 내보이는 글이라 조금 민망했다. 이런 글에 독자분들이 하트 표시를 해주시니 고마웠다.
내 글의 퀄리티에 비해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조회수 행진이 이제 곧 멈출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글은 나를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구나 했다. 글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렸다.
고맙습니다! 브런치 그리고 다움!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