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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May 18. 2016

참견왕

나는 회사의 여기저기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참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회사내 짤방의 쌍두마차 원우님이 보내주신 참견쟁이 짤방)

- 복도를 거닐다가도 한쪽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으면 슬쩍 끼어들어 들어본다. 물론 듣다 보면 말이 하고 싶어 진다. 

- 최근에 회사 인테리어를 하면서 전자 제품들을 구매를 한다고 한다. 좋은 모니터를 사는지 궁금하니 어떤 모델을 사는지 한 번 물어보고 최대 해상도는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참고할만한 문서가 없어 한 페이지짜리 신입사원 안내서를 위키에 만들어 두었다. 그 후부터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 문서에 적혀 있지는 않지만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문서에 업데이트해달라고 매번 부탁한다. 

(이런식이다)

- 홍보팀이 쓴 기사에는 오타가 없는지 숫자는 정확하게 나갔는지를 확인한다. 

- 마케팅팀에서 이벤트를 연다고 하면 비록 내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를 불러주나 안 불러주나 기다린다.

- 디자이너분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궁금해서 관련된 책도 읽어 본다. 참견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 당연히 개발팀 분들의 코드, 우리 팀이 일하는 방식, 우리의 제품에도 관심이 있다.


와. 이 모든 것들에 참견을 하려고 하니 하루하루가 참 바쁘다. 내가 8퍼센트에서 CTO라는 직함으로 일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아! 물론 좀 더 심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것에 대해 참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을 즐겼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참견을 할까? 재미있고 궁금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10명 이하일 때에는 내가 굳이 궁금하지 않아도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명이 넘어가게 되면 노력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내가 모르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이 많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들끼리 문제를 해결해 버릴 텐데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미"를 나도 함께 느끼고 싶은 거다. 그래 알고 있다.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팀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하지만 다른 팀의 문제들이 보통 내게 더 신선하고 재미있어 보이니, 이 참견질을 끊을 수가 없다.


참견받는 입장에서 오지랖 넓은 나를 생각해 보면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 아무래도 그 일을 나보다는 그분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종종 나의 참견으로 시간을 빼앗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곳 8퍼센트는 나의 참견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참견의 재미를 계속 느끼게 해주는 동료분들께 감사한다.


지금까지 글에는 참견이라고 써왔지만 사실 나 스스로는 참여 혹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효율을 희생하고 팀의 효율을 능동적으로 높이는 일이다. 나는 이것이 작은 조직이 시너지를 내어 큰 조직을 이길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본업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 회사가 만나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는 참견을 하려고 한다. 물론 내가 하는 일에도 더 많은 동료들이 참견해 주시길 원한다. 발전하는 우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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