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rain 미니워크숍 후기
eBrain에서 진행하는 "개발자 채용 시 기술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미니 워크숍을 다녀왔다. 항상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팬심(?)을 가지고 있는 김창준님의 강의라 한시간 거리를 극복했다. 이미 창천향로님이 강의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셨다. 하지만 내 자신의 학습을 위해 강의 내용을 재해석 해서 적어 본다.
최근의 개발자 채용에 사용되는 기술력 검증 방식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 (최근에 여러 가지 플랫폼도 있다)
손 코딩 테스트
기술 인터뷰
과제 제출
이 중 최근에는 주로 알고리즘에 대한 코딩 테스트가 주가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어서 재직자들이 “이런 문제면 저는 못 들어왔을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코딩 테스트에 대해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질문을 던져 본다.
삼각형 판별 문제는 세 좌표가 주어졌을 때 이 삼각형이 어떤 삼각형인지 (정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둔각 삼각형 등)를 맞추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잘 동작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QA 동네의 ‘Hello World’ 문제다. 이 문제가 주어지면 초보자들은 그냥 문제를 푼다. 하지만 전문가는 문제를 풀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누가 쓸 것인가요?”를 물어본다. 콘텍스트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테스트의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딩 테스트도 이와 비슷하다. 코딩 테스트는 단순화된 문제를 푼다. 즉 맥락이 제거된 상태에서의 문제를 푼다. 실무는 종합적인 환경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이 문제를 잘 푼다는 것이 실무를 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질문) 우리의 코딩 테스트는 과연 실무에서의 실력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가?
개발자는 종종 전문성의 연구 대상이 되곤 한다. 이때 연구비를 이유로 주로 혼자서 빠르게 풀 수 있는 문제로 실험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실험들에서 “토이 문제”가 아닌 “복잡하고 확장된 문제"를 전달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한 문제, 즉 실제 문제를 풀 때는 인지적 전략이 많이 바뀐다. 또한 사회적 요소도 필요하다. 이런것들을 “토이 문제”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X를 테스트하면 X를 잘하는 사람을 뽑게 된다. 즉,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하면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에 능한 사람을 뽑게 된다.
질문) 실무에 최대한 가까운 상황을 제한된 면접 시간 내에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용이 더 크리티컬 한 곳이 있다. 델타포스, 네이비씰과 같은 특수부대이다. 이곳에서는 사람을 어떻게 뽑을까? 작전 지역을 설정 해 두고, 보급품과 군사장비를 실제 작전 수행 환경과 같이 조성해 놓는다. 그곳에서 직접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시뮬레이션 한다.이를 교관이 직접 따라가며 기록과 채점을 한다.
개발자의 면접 시에도 최대한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코딩 문제처럼 맞고 틀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채점이 이뤄져야 한다.
1) 우리가 하는 일을 분석한다.
우리가 하는 일에 코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설계도 하고, 버그도 찾고, 장애 해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한다.
2) 대표 케이스들을 뽑거나 만들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롭게 코드를 작성하는 것보다 기존의 기능을 파악해서 코드를 수정하는 일을 더 많이 한다면 이런 상황을 문제로 만드는 것이 좋다.
3) 대표 케이스들로 파일럿 테스트를 해본다.
우리 회사의 뛰어난 개발자 3명과 평범한 개발자 3명에게 이 문제를 풀게 해보고 이를 기준으로 채점표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누가 평가해도 비슷하게 나오도록 해야 한다. 뛰어난 개발자의 문제 풀이 방식을 기준으로 채점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채점 기준이 나올 수 있다.
질문을 5개 이상 한다.
코딩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행을 한다.
4) 면접 후에는 결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정 항목에 대해 채점 기준이 다른 경우 이에 대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면접관의 훈련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면접 문제 만드는 것을 실습해 보자.
1) 수강생의 제안
다음과 같은 면접 문제는 어떨까요?
첫날 출근을 했는데 회사 웹서비스가 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 코칭
좀 더 게임스럽게 만들어 본다.
실제 토이 서버를 죽여 놓고, 쉘을 주면서 실제로 어떻게 해결 하는지 살펴본다.
옆에 조언을 줄 수 있는 가상의 3년 차 팀원(NPC처럼)을 제공한다. 제한된 답변을 하도록 한다.
면접자가 다음과 같은 경우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제 업무를 할 때에는 이런 상황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하자.
문제의 원인을 밝힌 이후에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말한다.
개발팀 내에 이 원인과 해결에 대한 공유를 한다.
1) 필터링의 목적으로 코딩 테스트는 의미가 있나요?
간단한 문제를 던져서 못 푸는 사람을 필터링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딩 테스트라는 과정은 특히 지원자에게 많은 비용이 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금 더 경제적인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면 “행동 기반 인터뷰”가 있다. 과거에 있었던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또한 코딩 테스트는 지원자에게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이고, 지능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2) 블라인드 테스트(이력서를 보지 않고 면접)의 장단점?
결국 코딩 테스트에 적합한 사람을 뽑게 될 것 같다. 코딩 테스트라는 것이 훈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사에 대한 갈망을 볼 수는 있겠다.
질문 시에는 실무와 관련이 깊은 질문을 하면 좋겠다. 역시나 과거의 행동에 기반한 질문이 편향이 적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팀장이 한 달 걸릴 일을 일주일 만에 끝내라고 한 적이 있나요? 그때 어떻게 하셨나요?”와 같은 질문이다.
3) 끈기, 성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주위에서 끈기, 성실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구체적인 행동을 기반으로 면접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행동에 대한 질문을 할 때에는 과거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미래에 대해서는 거짓을 이야기 하가 쉽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과거의 상황을 조작하는 동시에 거짓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4) 채용 여부는 실력에 기반하게 되는데, 결국 연봉은 연차에 따라 주게 된다. 좀 더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임시 월급을 주고, 1달 혹은 3달 뒤에 급여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 환경에서는 보다 정확하게 퍼포먼스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입사할 때 연봉이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주요한 방법이다. 내재적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봉 인상에 따른 동기는 최대 3 달이면 없어진다. 외재적 동기는 점점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킨다. 그 일을 즐기지 않게 되고, 하기 싫어지고, 성과가 없어진다. 연봉 말고 다른 협상 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봉이 여러 가지 조건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5) 현재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채점 기준을 만들었다면, 다른 장점이 있는 사람이 탈락되지 않을까?
만일 현재 채점기준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다른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측면을 반영한 채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채용에 대해서 틀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술을 잘 먹는 사람이 협력을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반례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런 선입견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6) 비개발자와 함께 면접을 할 때 합의가 힘든 경우가 있다.
회사 안에서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서 핵심 인재를 추린 다음에 이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인재상을 만들어야 한다.
7) 전화면접 괜찮을까요? 화상면접이 더 효과적인진 않을까요?
억양이 포함되어 있는 대화는 90%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사람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화상면접이 크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하지 않지만 면접에 대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화면접이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단, 전화면접을 하기 전에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느낌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8) 사내 전문가가 없는 영역에 대한 채용을 해야 한다면?
회사 외부의 전문가 몇 분을 찾아가서 그분들의 경험을 듣는다. 그 경험들에 기반해서 면접 문제를 만든다.
도메인에 관계없는 전문성이 있는지는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즉, 전문가의 특징이 있다.
전문가는 공부를 한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한다.
전문가는 확정적이지 않고 유연하다.
9) 러닝 커브가 좋은 사람을 찾는 방법은?
소규모 회사일수록 현재는 저평가되어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사실 능력 좋은 사람이 노력도 많이 한다. 뛰어난 사람은 “의도적 수련”의 양이 많고 질이 좋다.
학습에 관련된 테스트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언어로 작은 프로그램을 작성해 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을 타임 로그로 남겨보세요” 와 같은 문제를 보면 학습 자체에 대한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10) 개발을 잘하는 친구는 리드를 안 하려고 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친구는 리드를 하려고 합니다.
개발을 잘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개발을 잘한다고 하면 코딩을 잘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협력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실수가 코딩 실력만 보고 리더를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상사를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 개발 트랙, 매니저 트랙으로 나눠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시간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하고 나서 어떻게 실력을 검증할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이 잡혔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것들 중에 도움이 되는것과 그렇지 않은것이 구분 되었다. 8퍼센트에 좋은 분을 모실 수 있게 하나씩 시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