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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Nov 03. 2021

[인문학으로 읽는 외식업] 경쟁, 살아남는 힘?



경쟁(競爭, Competition)


사람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또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경쟁이 다툼과 전쟁을 일으켰고,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성과주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병철이 쓴 철학서 <피로사회>에서는 현대사회의 성과주의가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말하는데요.


우울증은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하는 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좌초함으로써 얻게 되는 병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경쟁은 본능에 의해 지배받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벅이라는 산양이 살고 있습니다.

스프링벅은 보통은 20~30마리가 군집하여 다니는데요.

그런데 계절이 바뀔 때는 1,500마리가 대형으로 무리(troop)를 형성하여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형 무리가 이동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가던 스프링벅이 풀을 먹고 지나가면 뒤에 따라가던 스프링벅들은 먹을 게 없어지는 겁니다.

이때 뒤에 있던 스프링벅은 앞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앞서가던 스프링벅들도 이에 질세라 뒤처지지 않으려고 걸음이 빨라집니다.

결국 스프링벅들은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경쟁하듯 앞으로 달리던 스프링벅 무리는 낭떠러지에서 바다로 추락하여 죽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경쟁이 주는 참혹한 결과를 증명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산양무리, 스프링벅은 아님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경쟁은 생활이었습니다.

심지어 경쟁을 놀이로 승화시켰다고까지 말하곤 하는데요.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진 많은 경기가 경쟁의 성격을 띠었다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아곤(agon)'이라고 불렀습니다.

아곤이 그리스어로 경쟁이라는 뜻입니다.


한화철의 <아주 우아한 거짓말>에는 아곤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런 삶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the Great, B.C 356~323) 대왕의 일화다

어느 날, 칼라노스라는 부하 장수가 죽었다.

대왕은 슬픔을 달래려고 아곤을 개최했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아곤이었다.

참가자 가운데 35명이 현장에서 죽고, 나중에 6명이 더 죽었다.

그중에는 우승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아곤은 놀이의 요소와 적절히 조합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의 구체적인 삶에 영향을 미쳤다.

<아주 우아한 거짓말> 한화철


경쟁을 놀이의 경지로 올리려 했던 시도의 결과는 상당히 참혹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결국 40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매장 문을 여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외식업을 떠올렸습니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펴낸 한국외식산업 통계연감 2020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외식산업 사업체 수는 약 709,014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외식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신규 창업이 많은 반면에 폐업률도 높다고 하는데요.

2018년 음식점 폐업이 22%로 다른 산업에 비해 평균 10%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폐업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경쟁에 도태된 외식업체는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지난 2010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국내 굴지의 제과 업체의 밤식빵에서 죽은 쥐가 발견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들어갔고, 경찰에서는 수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경쟁 제과 업체의 점주가 벌인 자작극이었는데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극단적 경쟁의식이 무모하고 어이없는 행동을 하게 만든 슬픈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경쟁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꼭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걸까요?

다음 주에는 경쟁을 즐기고, 함께 노력한다는 의미의 경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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