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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Nov 10. 2021

[인문학으로 읽는 외식업] 경쟁은 놀이?



지난주 포스팅 '경쟁, 살아남는 힘?'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leehoward/33

이렇게 치열하고,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쟁의 라틴어 원래 의미를 보면 놀랄만합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경쟁이라는 의미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의미하는 영단어는 competition입니다.

competition은 com과 petition의 합성어인데요.

라틴어 어원으로 com은 '함께'를 의미하고,

petition의 어원인 petere는 '찾다, 추구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즉 competition은 '함께 찾다', 혹은 '함께 추구하다'라는 의미라는 거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지난주에 설명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아곤(agon)은 경쟁보다는 놀이의 의미가 강합니다.

물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일화에서처럼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도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이른바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도쿄에서는 한창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요.

경쟁이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에 놀이로서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생각해 보니 사람은 경쟁이 붙었을 때 훨씬 더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와 같은 운동을 혼자 한다면 힘들고, 귀찮아집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나라도 더한 사람에게 상금이라도 주어지게 되면

죽을(?) 힘을 쏟아내며 악착같이 이기려 듭니다.


독일의 본 대학에서는 이런 경쟁에 관한 심리적 현상을 연구했는데요.

성인 남성 38명을 대상으로 경쟁 상황에서의 뇌의 반응을 연구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실험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눠진 남성들은 컴퓨터 화면의 여러 개 점을 보게 됩니다.

점이 사라지면 화면에는 숫자가 등장하는데요.

화면에 나온 숫자보다 점이 더 많았는지 혹은 적었는지를 맞추면 되는 실험이었지요.

연구진은 맞추는 팀에게 무조건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고는 300번 이상 실험을 반복하며 참가자들의 뇌의 변화를 측정한 건데요.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편집;보보멘)

1. 보상금이 클수록 뇌가 활발히 반응했다.

2. 서로 성공했을 때보다 나만 성공했을 때 더 행복해했다.

3. 돈을 받지 못했을 때는 뇌가 반응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상대방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고 느낄 때’,

‘그리고 되도록 더 많은 돈을 받을 때’ 사람들의 뇌는 즐거움을 느끼는 도파민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아민 포크 교수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사람은 다 같이 많은 돈을 받기보다 주변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남성에게 가장 큰 자극은 사회적 경쟁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출처 ; <하나님은 나의 힘이요, 구원이십니다> (김장환)


사회적 경쟁은 뇌를 즐겁게 하고, 삶을 살아갈 자극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입니다.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자신의 책 <초격차>에서

경쟁을 통한 좌절과 경쟁을 통한 재기의 의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제 인생의 세 번째 시련은 제 후배가 저의 상사로 발령이 났을 때였습니다.

학교 후배가 저보다 먼저 승진을 했고 저는 그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편치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

그때 저는 회사가 저를 내보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쟁에서 졌으니 물러나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배와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에 솔직히 기분도 나빴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제 부하들에게 먼저 밝혔습니다.

그때 제 부하들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 일이 닥치더라도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 함께 일하자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정작 본인에게 그런 일이 닥치니까 그만두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뭡니까?"


솔직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평소 부하 직원들에게 해왔던 말이었으니까요.

(......)

결국 제가 한 그 말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된 셈이었습니다.

제가 늘 해왔던 말을 제가 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동료와 직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당신들 말이 맞다. 내가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가 그걸 어기면, 나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거다.

솔직히 기분 나쁘다. 하지만 우리 함께 실력을 키우자. 함께 더욱더 노력하자."

이런 각오로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초격차>(권오현) 315쪽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경쟁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자 높은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경쟁은 뇌에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즐거움을 주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깨달은 고대 그리스인들은 경쟁을 놀이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면 치열한 경쟁의 세계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외식업 환경.

그 경쟁을 남을 죽이고 나만 살겠다는 의미로서가 아닌,

함께 성장하고, 함께 실력을 키우는 선의(善意)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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