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바깥은 금세 저녁이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건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친 나비의 날갯짓 같은 것. 아주 순간적이고 묘연한 현상처럼 특별한 것.
행복이 가까이 있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이 대체 무엇일까 생각하건대 오늘 같은 겨울의 추위 속에서 도란도란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는 타인과의 그윽한 교감 같은 것일까.
잠시의 추위와 시간을 멈춰 세울 만큼 살갗이 간질간질한 순간들. 어른이 되고 진실을 감추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이러다 나중에는 AI로봇과 말상대를 하지 않을까 상상하고는 한다. 아무런 슬픔도 분노도 아픔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미래란 얼마나 간편한가.
나는 앞으로도 몇 번의 상처를 받고 외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가벼운 입으로 또 누군가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있을까. 내게 행복은 그런 모든 것을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높은 허들 같다. 그리고 돌아가 다시 또 지나간 기억을 쓰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