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는 달랐다. 나와 몇 년째 절연 상태로 지냈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오셨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들 모두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날 점심에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오셨다. 나는 현관 앞에서 멋쩍고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잘 지냈냐는 큰아버지의 말씀에 순간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그제야 시간이 덧 없이 흘러갔음을 느끼며 잠시 옛 일들에 대한 회고에 잠겼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큰집 식구들은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는 죽은 자를 추모하고 서로에게 안위를 묻는 것으로 끊어진 시간을 대신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우리 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을 거라고 서로에게 위로를 말하고 서로 어깨를 마주하며 함께 밥을 먹는 일.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안녕을 말하는 일. 이제 모두 잊으라는 당신의 말과 함께.
나는 다 잊었다고 모두 지나갔다고. 이 말을 주고받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새해가 되고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다가오는 봄, 시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