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과 소외 그리고 단면
때때로 삶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설날이었던 어제는 가족들과 요양원을 다녀왔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요양원에 계시는 큰 고모부를 찾아뵙기 위해 미리 방문예약을 하고 갔다.
오후 3시 예약, 도착 시간은 2시 55분쯤. 도착하자마자 바리바리 싸온 음식과 겨울옷을 요양원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열체크와 손 소독을 한 뒤 투명 커튼 사이로 큰 고모부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다 되자 고모부는 요양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우리 쪽으로 오셨는데 고모부를 보자마자 우리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마치 어떤 확인이라도 받고 싶은 듯
“나 000야, 기억나?”
고모부는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몰라”
그럼 또
“저는요? 저 누구예요?”
그러면 잠시 생각하시더니
“000.”
이름을 말씀하시고
(반복 또 반복)
묻고 답하는 이 대화를 1시간 동안 10번 이상은 한 것 같다. 기억을 잃은 자와 기억을 꺼내는 자의 도돌이표 대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눈앞에 있는 이 낯선 광경이 단지 경험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나는 안일한 사람이 아녔을까. 내가 보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일들을 순간 떠올려 보았다.
‘나는 무지하구나… 아직 겪어야 할 일들이 많다’
우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삶을 살아간다. 단면에 불과한 인간관계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진정 삶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허무한 1시간이 끝날 때쯤, 고모부의 두유와 카스타드는 우리의 인사도 알아보지 못했고 일본에 있는 딸 하나가 전부인 한 할아버지는 오지 않는 자식을 대신해 우리와 짧은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