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sode1

에메랄드 빛의 추억을

남겨질 마지막 페이지

by 이효진

추억


한해를 거듭할수록 나이테 같은 기억들이 마음속에 주름처럼 접힌다 꼰대같이 나이를 자꾸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인 걸… 나는 자꾸만 약해져 간다 강물 위로 흘러가는 얼굴들과 이름들로 인해.


어쩌면 내게는 상흔과도 같은 거친 물살이지만 그 물살이 있었기에 지금에 나라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모든지 시간이라는 위대한 철학 덕분에 우리는 그나마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라는 벽 앞에서는 무너지게 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달콤한 사랑의 언약 혹은 처절하게 응징하고 싶었던 믿었던 자의 배신.


하지만 가장 타격이 컸던 기억은 아무래도 죽음과 탄생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오래 있지 못했는데 모두 저마다의 연유로 세상을 떠났고 멀어졌다


그 부재는 온전히 남겨진 자의 몫이 되고 몇 차례의 질긴 방황과 아픔으로부터 단단한 가죽이 생겼다 적어도 견디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쿠션 작용이 몸에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미워할 수 없다 나를 두고 간 여럿 얼굴과 이름에게 원망이 아닌 따뜻한 시선을. 이토록 좋은 추억을 나눠줘서 고맙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조금 더 연을 이어보자며.


간 자는 아무런 말이 없지만 남겨진 자는 끊임없이 남겨진 말들을 연구하고 오랜 시간 색깔을 찾는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얼굴과 이름을 탄생시킨다


이쯤이면 모순 같은 인생 같지만 원래 인간은 망각의 존재고 웃기고 참 씁쓸하고 근데 인생은 그래서 모른다 누구나 세드 무비, 해피엔딩 다 겪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 경계에서 우리는 마지막 한 페이지를 놓고 서로를 견제하고 불안해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힘겹게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나는 가진다는 말 보다 빌린다는 말이 참 좋다 그 무엇도 완전한 소유가 될 수 없다 나 스스로도 나를 완전히 갖지 못하기에 그 어떤 존재도 내겐 빌려가는 소중한 존재다 고귀하고 반짝이는 보석 같은 존재. 상대와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그리고 마지막 한 페이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나의 이야기는 이런 종류의 형태로 에메랄드 보석처럼 소중하고 오래 남겨지길 바란다 긴 넋두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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