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은 억겁의 여름이다.
무한한 만큼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비가 오는 여름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장마는 열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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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는 모처럼 3일간의 휴가를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곳저곳 구경을 하고 좋은 곳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 함께 했던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만큼 행복했고 그만큼 또 공허했다. 빈집에 남은 강아지처럼 주인을 보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다가도 이내 사람을 보면 고양이처럼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모든 감정은 1분 1초로 바뀐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온 만큼 많은 사람을 보냈다. 반복되는 결과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지만 안타까운 감정 또한 여전하다. 내 마음속에서 사람 여럿을 죽이고 무덤을 만드느라 고통스러웠던 어느 여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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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끝나고 며칠 동안 몹시 아팠다. 처음에는 코로나인 줄 알고 “나도 드디어 코로나에 걸려보겠구나.” 싶어서 회사 반차까지 내고 근처 병원에 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 여름 감기+역류성 식도염이라고… 누가 봐도 코로나 증상인데 감기치고는 너무 아파서 속상했다. 일 년 동안 감기 한번 안 걸렸던 나인데, 정말 너무 아파서 며칠을 회사에 출근도 못하고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 캐캐 묵은 먼지처럼 그동안 쌓여있던 고민도 함께 정리가 되면서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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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활자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다시 지우는 게 일상이고 더불어 시의 방향성을 잃었다. 처음에는 숨이 멎은 것처럼 아득한 공포로 느껴졌으나 지금은 조금 초연해진 것 같다. 내가 나를 기다려 주기로 마음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조금 더 시를 보고 글을 읽고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이 전보다는 덜 무너졌으면 좋겠어서…. 앞이 막막할 땐 오히려 숨을 고르고 뒤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 게 좋겠다 생각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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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불안한 감정이 불쑥불쑥 나타나지만 특유의 긍정으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며 시간에 떠넘긴다. 시간은 뭐든 해결해주니까, 이번에도 믿어보기로 했다. 이대로 여름이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 영영. 나는 자라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