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이야?
어떠한 상실 혹은 존재와 부재 그 사이에서 나는 작아진다. 나는 누구지?
이를테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미소를 짓고 밥을 먹는 행위가 가끔은 뭘까, 살아간다는 건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그저 마음을 평범하게 먹고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다.
매일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또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것이 마치 행복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느껴졌을 때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 공허함이란 이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심한 몸살이나 역병에 걸려 밤새 끙끙 앓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온전히 내가 잘살고 있다는 판단과 의지를 갖게 된다. 그 고통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분명 또 한 번 자라나고 있다는 자극을 받는 셈인데 그 이유를 파악한다면 모든 게 이유 없이 있을 수가 없다는 또 하나의 과정을 결부시켜야 한다.
그래서 삶은 아이러니한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어느 날은 지겹게 느껴진다. 때때로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초조하고 그런 불안한 감정을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면서 나는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생각과 말들이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잘못된 것이라 비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남들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 무서우면서도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까. 가끔은 날씨와 사랑을 핑계로 다정하게 글을 쓰고 또 가끔은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개인의 문제 해결을 글로 적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글이라는 것은 쓰면 쓸수록 어렵고 까다로운 존재다.
지나가는 것들. 나는 ‘지나간다’는 말이 좋다. 무언의 이정표 같다. 도로에서 차량이 길을 잃었을 때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같다고 할까. 지나가니까 같을 수 있는 것, 지나가기 때문에 다를 수 있는 것. 내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같으면서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한 번의 정리정돈으로 끝낼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답이 여기에 있기도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나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습관처럼 떠오르는 것은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의 안위를 묻게 된다.
시간은 중력도 잃은 채 빠르게 흘러가고 그 속에서 나는 얼마큼 삶의 속도에 맞춰 지나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보다 분명해진 것은 어느 한순간도 빠트릴 수 없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1분 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오늘을 보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마음이다. 어쩌면 당연한 오늘의 시간이 내일은 아닐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적인 폭우도 이제는 지나갔고 여러 살갗을 검게 태운 태양도 이제는 저물고 있다. 올해 여름은 오래 같았고 한편으로는 꿈보다 더 찰나에 일어난 사건 같았다. 어느덧 창문밖에 있는 큰 나무가 하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여름은 한창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어느 계절에 따라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