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sode1

솔직하게 말해서 나

by 이효진

한 번은 연세가 많으신 강사님께서

“너무 외로워하지 마”

올해 봄이었다 딱히 아니라고 반박을 할 수도, 그렇다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 외롭다는 건 무엇 일까? 나는 왜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최근에 어떤 드라마에서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어서 몹시 흥미로운 말이었다 매일 일기를 쓰고 있지만 가끔은 스스로가 만든 새장에 갇힌 기분이다 말 그대로 뭣 같은 기분인데 행복하다고 써야만 진짜 행복해질 것 같고 외로운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현실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정표현이 서툴렀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등등 그래서 어른들께서 꼭 빼놓지 않고 하셨던 말씀이 ‘무뚝뚝하다’ 그 말이 너무 싫어서 억지로 밝게 인사하고 웃고 나름 애교도 부렸다 근데 그 짓도 한두 번이지 천성이 그렇지 못한 난 이내 마음을 바꿔 먹고 다시 살던 대로 살았다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나는 퇴색됐다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위선과 허세에 능한 사회인이 되었다 가끔은 이불속에서 엉엉 울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나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거야’

그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버겁고 어렵지만 조금씩 본연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아주 천천히


엊그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기분이 매우 좋아”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자리었다

오랜만에 와인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 그러다가

내가 기분이 좋다고 말하니깐 몇몇 지인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술김에 말 한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스스로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남루한 옷차림 혹은 소주와 함께 조금은 허술한 모습 그대로 조금은 사람이 더 사람답게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엔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 같아서

어떤 날엔 햇살이 좋아서 솔직하게 말해서 나 가끔 날씨를 핑계로 너에게 연락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제는 내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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