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호모 사피엔스

by 이효진

신사역 어느 골목에 있는 카페에서 크리스마스가 지난 트리 장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팝 플리가 우리들의 대화를 끊을 때,

“끝났어 이제는”


2022년에 나는 거대한 일을 꾸며 보겠다고 여러 사람들과 작당모의를 했다.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스스로 만들고 겪어본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인터넷 보다 빠르고 와이파이 보다 빠르게 5G를 앞서서 더 이상 따라잡을 수가 없게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


때로는 경로를 이탈한 내비게이션처럼 우회를 하 고 돌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학창 시절에도 열심히 안 했던 공부를 서른이 넘어서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대학을 준비하고 처음 국어학개론을 배우고 고전문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저 시대 때 시를 적고 소설을 쓰고 문학을 했다면 나는 과연 유명해지고 행복했을까? “


적어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고 글을 읽고 지금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 수 있었을까. 며칠 전 알쓸인잡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님은 옛날 신문을 자주 검색하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의 시대를 비교한다고 했다. 나 또한 과거는 1차원적인 현재를 4차원적으로 미래를 연결해주는 다리 같다. 작년에 90년대 유행했던 소재와 패션이 또 한 번 뜨거워지면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역시였다.


큰돈은 고사하고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몇 년 동안 지속됐던 팬데믹 여파로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함께 대한민국은 현재 40세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청년들 또한 연애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월급 한 번을 못 버는데 1997년 IMF가 다시 한번 오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 현재 우리는 진실로 슬기로운 인간인가? 지난여름에 우리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슬픔을 앓았고 지난가을에는 번복되는 실수로 또다시 많은 목숨을 잃었다. 앞으로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온 길을 잃고 앞으로만 걷는 사람에겐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을 것이다.


또 한 번 해가 바뀌었고 무수히 증식하는 우주의 잔재 속에서 나는 미래에 어떤 먼지로 기억될 수 있을까. 연말에 구매했던 애꿎은 플래너만 연필로 칠하고 있다.


12월 31일 애정카페, 마일스톤에서 신년계획 2개를 세웠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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