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야간 버스를 타면 내리는 이 하나 없이 공허한 감정이 커진다. 어딜 가나 빈자리는 있고 헛헛한 마음에 가만히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면 목구멍이 뜨거워지면서 잠시나마 뱃속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며칠 전 회사에서는 12월 31일 자로 정년퇴직을 하신 강사 선생님이 계셨다. 참고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직업 특성상 여초회사인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명 ‘왕언니’라고 불리는 멋진 선생님께서 이번에 정년퇴직을 하셨다. 진심으로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지만 이내 마음이 허전해지는 연말을 보냈던 것 같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그러면서 나의 정년은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
‘정년(停年)은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년은 60세인데 100세 시대를 말하는 세상에서 요즘 우리나라 실정을 보면 그 마저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하반기부터 뉴스에서는 거세게 불어 닥친 고용한파와 함께 사실상 희망퇴직을 두고 ‘40세 정년퇴직’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한 직장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일하는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더 이상 한 가지 일로 돈을 벌 수가 없다. 문명이 발달하고 급속도록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와 역할은 다양해지고 있고 이와 함께 사라지는 직업 또한 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당시 IMF가 터졌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내 기억 속에 그날의 기억은 많은 국민들이 시름에 잠겼고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었고 운동장에서 나는 친구들과 “누구네 아빠 일 잘렸대, 누구네 아빠는 회사 부도났대” 체감할 수 없는 말들로 남 이야기처럼 떠들었던 그날의 철없는 기억이 요새 들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버텨내고 살아가고 있음을. 모두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새벽부터 가게 셔터를 올리고 누군가는 차가운 농성장에서 또 누군가는 가방을 메고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자신의 삶을 살고 또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자 놀라운 축복이다.
당장 내일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문뜩 그런 생각이 나서 괜스레 휴대폰 연락처를 뒤적이며 다시금 살아야지 말하는 어느 1월의 추운 겨울날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계절처럼 어스름한 겨울이 가고 새순이 돋은 땅 위에 봄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