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sode1

언니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by 이효진

“저녁밥은 먹었어?”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 짧은 대화 속의 내포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했다. 밥은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삶은 인간에게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깨달음을 주고 그때마다 가족은 나의 전부가 되었다. 모든 악재는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사람을 쓰러트린다. 모순과 갈등과 배신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절벽 아래까지 떨어트릴 때 유일하게 내 손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언니를 동경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꼬맹이일 때 언니는 갓 스무 살이었고 언니의 방안에는 항상 예쁜 옷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자주 구두와 옷을 훔쳐 입었다. 언니는 나에게 세상에 유일한 아이돌 같았고 또 한때는 제일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언니가 언젠가부터 약해지고 자주 아프면 일순간 수천 개의 바늘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심정이다. 차라리 예전처럼 나를 혼내고 실컷 욕이나 해줬으면 좋겠는데 언니는 오늘도 괜찮다고 한다. 다 괜찮다고.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나는 언니의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가늠할 수 없고 그해 겨울, 언니의 등에 업혀 밤하늘을 보면 마치 왜소행성이 빛나는 우주 같았다.


“언니 아직까지 세상은 혼자가 아닌 것 같아“


지난 가을에 언니랑 단둘이 영종도

그림, Jesse Dayan (Australia b.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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