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sode1

편지를 쓰는 방법

by 이효진

편지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첫 번째로 며칠 전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녀가 준 편지를 봉투에서 꺼내자마자 나는 눈물이 났다. 나를 온전하게 잘 알고 있던 그녀였다. 편지지에 파리 에펠탑이 그려져 있었다. 잠시 티엠아이를 하자면 나는 파리에 대한 낭만이 있고 올해 파리에 가겠다고 그녀에게 말했던 뒤였다. 고작 편지 한 통으로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이를 점차 먹을수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나를 이해하는 한 사람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한동안 내가 편지를 쓰지 못했던 이유도 그랬다. 머리와 감정이 따로 놀 때 어떤 문장도 손에 잡히지 않고 종이 위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편지와 마찬가지로 모든 글은 활자를 통해 읽는 이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달하는 거니까.


두 번째로 한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이별 편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멜로 영화에선 그것마저 좋아 보일지라도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쁜 이별 보단 나을 거라는 그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 나쁜 것을 보다 나쁘지 않게 포장하려는 개수작일 뿐이다. 그때부터 편지를 쓰고 읽는 게 위선적이게 느껴졌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쓰는 책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가끔은 혼자 쓰는 일기조차 가리어진 나를 발견하기 때문에.


번외로 오빠랑 언니는 나 빼고 어른이다. 한 번도 그들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번 설날에 우리들은 제법 잘 어울렸다. 내가 나이를 먹은 증거다. 며칠 동안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며 산다는 건 생각보다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는 그들의 지난 마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잘 살고 싶다 말하고 잘하고 싶다 이곳저곳에 적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빠랑 언니에게 편지를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서랍 속에 묵혀 놓은 계절엽서들을 천천히 보낼 생각이다. 한통은 제주도로, 한통은 이국의 땅으로. 그리고 마지막 한통은 아직 멀기만 한 그곳으로.


그거 아니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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