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진
나는 결과를 알 수 없고 흘러가는 방향 또한 모른다. 다만 집으로 갈 수 있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어느덧 입춘이다.
언제나 봄의 시작은 새로운 다짐과 함께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일을 벌이고 한 번에 이루려고 무리하진 않았을까. 어떤 일에 대한 목표 지향적인 성격과 결과에만 급급해서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살진 않았을까.
그래서 올해 나의 계획은 굳이.
그냥 가고 싶은 방향대로, 하고 싶은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한동안 왜 때문인지 마음속에 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삶이 버거웠다. 그러면서 한없이 스스로에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위안으로 버텼던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별거 아닌 듯 모든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이 듯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결국 만물의 끝은 땅이고 곧 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하나둘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겨울의 마지막은 항상 봄이고 얼었던 나뭇가지에 매화꽃 봉오리가 생겨나면 하나의 삶이 열리고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2월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탄생임을 알게 된다. 어느새 눈뜨면 내게 다가온 봄이라는 계절을.
그래서 어젯밤에는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요즘 오랫동안 미뤘던 꿈들을 하나씩 이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큰 포부를 갖고 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기차역에 앉아 낯선 이를 만나고 새벽녘 공항에서 스친 무수한 옷깃에 “아 제자리를 찾지 못해 나는 헤매고 있구나.” 느꼈던 순간부터 여전히 나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이고 내일이고 다음에 또 한 번 보자며 사람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온전히 나일 수도 있고 사실은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어느 여행지에서. 삶 또한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역이고 나 역시 잠시 머무는 여행객에 불과한 경유지에서 나는 또다시 출발지를 찾아 나선다.
그림, 기마늘, 봄 비 (Spring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