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당하고 싶으세요?

by 이효진


나의 불안은 태생적이다.

불안, 우울, 두려움, 외로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때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달리는 거리의 무법자처럼 도망치고 싶었다. 엄격한 규율과 규범 그것이 얼마나 무가치하게 소용없는지 진즉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정해놓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학교, 사회, 정치, 법이 한때는 그랬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구속할까? 돈, 사랑, 명예가 대표적일까? 하기야 당장 셋 중에 하나만 포기하라고 해도 나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속물이다.

산과 바다가 좋다면서 마냥 고요한 삶은 어쩐지 지루하다. 삭막하고 어두운 도시의 콘크리트 삶이 가끔은 아늑할 때가 있다. 그 속에서는 진짜 내가 아니고 비열한 권모술수를 써도 이해할 것 같은 분위기다.(그렇다고 그것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집착은 해롭다. 한 번은 혼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는데 그때 우연히 만났던 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착(着)을 버리세요 “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일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연 사랑이었을까? 한참을 고민에 매달리면서 살았던 나날이었다.


비뚤어진 감정으로 올가미를 놓고 ‘사랑이다’ 말했던 A군을 갑자기 기억에서 꺼내자니까 토가 나올 지경이지만, 짝사랑 역시 비슷한 건가 싶어서 이내 수그러지는 마음이다. 그래서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신뢰와 죄 역시 한 끗 차이다. 한쪽으로 쏠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는 마음. 내가 갖고 있는 마음이 적정선을 지키고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고 의심해야 한다. 귀찮다고 게으름을 피우면 안 좋은 버릇이 생길 것이다. 습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깨끗하게 비울 수 있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운다. 서랍을 열어서 언젠가는 쓰겠다고 넣어둔 물건들을 버린다. 싹 다 비운다. 터닝포인트다. 그런 마음이면 앞으로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마음에서 사슬 하나를 풀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현재는 막막하다. 하지만 내일이 오면 시계의 방향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