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대고 싶은 이런 기분

by 이효진


5월, 뛰는 게 좋아졌다.


원래부터 걷는 걸 좋아했지만 걷기만 하는 건 조금 지루해졌다. 아마 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쿵 뛰고 싶었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집 근처에 있는 축구장을 정신없이 뛰었다.


몇 바퀴를 돌고 다시 또 돌고 얼마나 뛰었을까.

숫자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목에서 피 맛이 나는 게 왠지 모르게 좋았다.


살아있다는 기쁨. 내 짐작으론 그거였던 것 같은데 ‘고통 없이 사는 삶이란 행복할까?’ 이런 질문을 누군가 해줬더라면 나는 행복이란 단어를 진작부터 좋아했을 것이다.


한때는 노력 없이 어떻게 빨리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약게 비겁하게 인생을 통과하고 싶었던 나날들이 지금은 비릿한 웃음으로 남았다. 철없던 시절에 마음을 다 쏟았고 그만큼 완전히 속았다. 꿈도 사랑도 낭만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들이 현실에 갇혀 말라비틀어진 세계에서.


이제는 완벽하게 실패하는 방법을 배운다.

앞으로도 나는 몇 번이고 실패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앞으로 넘어져도 상처는 상처일 뿐 곧 딱지가 생기면 그것은 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아문다.


그래서 고통은 나쁜 것이 아니다. 뛰기 전까지 얼마나 뛸 수 있고 얼마큼 견딜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그 순간을 버티는 것. 이 고통을 얼마나 오래 참아낼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긴 호흡을 내쉬는 것이다.


거친 숨이 차오르고 열… 열셋, 열넷… 그렇게 점점 호흡을 늘리는 일. 몇 개의 단어가 장문이 되고 찰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때 삶은 극적인 기쁨이고 슬픔이겠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일곱 살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넘어져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다. 이제는 넘어져도 혼자서 칭얼댈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 이럴 땐 늙어가는 기분이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봄과 초여름 사이 무럭무럭 자라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