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효진


세 살 때는 할머니의 등이 세상에서 제일 컸다.

등 뒤에 세상과 돌아 누워서 등. 밤이 무서우면 곧장 등에 안겼다.


어른이 되고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을 경계했다.

이를테면 정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관성이나 혹여라도 쉬워 보일까 봐 경계하는 습관 같은 것. 그렇지 않으면 사람에게 이용당한다는 옛 어른들 말씀처럼 정말로 그랬었다.


이제 당신은 없고 베개를 안으면 어둠보다 짙어지는 그리움이다. 언젠가 우리는 지구에서 떠날 존재라고 했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사람도 때가 되면 제자리로 간다고. 하지만 생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밤이 있었다.


수련이 피는 계절이다. 어느 때보다 6월의 햇살이 좋은 건 달라진 삶의 태도일까. 아이처럼 밝은 아침, 장마 소식은 아직이고 감사하게도 수련은 물 위에서 잎을 편다. 수련에게 배운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티 내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것.


당신의 사랑이었다. 과분한 사랑을 통해 유년시절의 밤은 언제나 따듯했다. 이제는 당신의 등보다 더 큰 세상과 당신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다음에도 당신이면서 사랑, 여름의 초입에서 깨닫는다.


당신에게 배운 대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순간에 찰나까지 아끼지 말고 애정의 눈빛으로 바라봐야지. 그렇게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초여름이다. 오후 햇살 아래 풀잎이 사각사각 휘파람 부는 듯하다.


5월과 6월 그 사이 오후쯤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