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서툴지만

-파리와 서울은

by 이효진



“안녕”


그 짧은 인사 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

시내 가까운 곳에서 가로등이 깜빡거렸다.


언제쯤이면 될까. 파리 여행을 마치고 여독이 풀리지 않아 한동안 바깥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시를 읽겠다고 서점에 가고 글을 쓰겠다고 철학코너에 있기도 했다. 책을 보고 산책을 하고 카페를 가고 이런 일련의 행동이 평범한 것 같지만 어딜 가도 마음 붙일 틈이 없는 이윤 왜일까.


조우(遭遇). 나는 한 번도 느닷없는 조우를 반가워한 적이 없다. 계획 없는 만남과 인사는 어색해서 피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첫 만남은 기본전제였고 하는 수 없이 여행 내내 인사가 필수였다. 그래서 노르망디로 가는 며칠 동안 버스기사님께 먼저 인사를 했고 기사님은 한국말로 인사를 답해주었다. 그렇게 서툰 발음으로 ‘안녕’


그러면 나는 Olá! 그의 이름은 루이. 루이는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산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포르투갈어도 모르고 불어도 모른다. 그런 언어소통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나를 볼 때마다 루이는 다정하게 안녕을 말해주었다. 그러면 루이의 푸른 눈동자가 깊은 바다같이 잔잔하게 빛났고 한 사람의 눈빛은 곧 마음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마음으로 통하는 길. 그것은 휴먼이었다.

머나먼 만 리 길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고 얼굴색과 머리색도 서로 다르지만 온전히 마음으로 소통하는 일.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여행에서 배웠다. 비록 다시 돌아온 자리에 공허가 오래가더라도.


그땐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 돌아보면 마지막이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지… 차마 전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때때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때 처음이라 서툴었다는 핑계로 당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니, 안녕. 파리에서 만났던 루이도 오래전에 있었던 상실과 기억도 모두 다 안녕히. 가까운 미래에는 안녕을 말하면서 다정을 발음할게.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파리와 서울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