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피면 여름이라 불렀다.
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며 유일한 방법으로 푸른 바다를 보면서 뜨거운 계절을 실감했다.
여름이 여름을 기억하는 것. 무더운 날씨와 습도와 공기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걱정하며 지난밤에 잠은 잘 자고 밥은 잘 먹었는지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일.
장마가 오면 싱거운 말과 같이 돌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장 낮은 곳부터 생각이 떠올라서 안위를 먼저 살피게 된다. 밤낮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혹시라도 고양이가 길을 잃진 않았을까. 근심이 있는 표정으로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꺼낸 고민거리와 술안주로 꺼내기 좋은 친구들의 연애사까지. 잠 못 이루는 열대야 현상이 극심할수록 끊이지 않는 대화와 길게 늘어뜨리는 말꼬리를 물고 긴긴밤을 보낸다.
생각, 감정, 마음.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최선을 다했다는 게 과연 얼마나 최선이고 상대에게 정말 이해하는 자세였을까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었을 때, ‘이해’라는 말은 사과와 같아서 막상 껍질을 벗기고 나면 겉과 안이 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일 같다.
인정과 이해. 그것을 하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다시 떠났던 바다에서 공병에 편지를 넣어 띄우듯이 내 안에 있는 파편을 멀리 보내 주었다. 비가 내리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잘 가고 잘 가길.
다시 7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여름 감기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힘없는 목숨을 기억하는 일. 아주 느리게 가야만 이 슬픔이 그나마 온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