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관기피

by 이효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건강할 수 있다.

어떤 사이와 틈을 통해 생각의 가지를 뻗는다. 마치 나무들의 수관기피처럼.


오늘 산책길에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붉게 변한 것을 보니 절기가 바뀐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무들은 어떻게 서로 닿지 않고도 위로 잘 자랄 수 있는 것일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높게 자라는 나무들의 습성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무엇을 얻는가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서로가 경쟁하지 않아도 좁은 빈 공간으로 햇볕을 충분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의 가지와 잎이 이루는 무더기에 대하여.


십 년 전만 해도 놀이터에서 뛰노는 풍경,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가끔 전철에서 종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 인사말을 걸고 싶을 정도니까.


천성적으로 낯가림이 심한 편이지만 요즘은 낯섦과 친숙함 사이에 간격을 둔다. 무엇 하나 같은 성질을 가진 존재는 세상에 없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관계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움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나무뿌리가 단단해지기 위해선 꼭대기에 있는 가지가 햇볕을 잘 흡수해야만 아래까지 골고루 전달될 수 있다. 이제껏 내가 살아온 날들과 쌓아온 덕 또한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나는 삶을 모르고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바람에 가지들이 흔들린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부딪치다가 서로 마모되겠지.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르고 다듬는 가지치기를.


수관기피, Crown Shy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