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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Oct 27. 2023

개미와 베짱이 2018

(Summer)


더운 여름날에 개미들이 마당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개미들을 바라보며, 베짱이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개미들아, 뭐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사냐?  인생은 즐기는 거야.  옛 조상님들의 훌륭한 명언도 있잖아.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개미 A가 그 소리를 듣고 한심하다는 듯이 베짱이에게 대꾸했습니다.


"Winter is coming~"


개미 B도 거들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먹을 것이 지천으로 많지.  하지만, 이럴 때 열심히 모아두지 않으면, 겨울철을 버틸 수 없을걸.  우리라고 놀기 싫어서 일하는 게 아니야."




(Autumn)


몇 개월 후 가을이 되었습니다.  낙엽도 거의 다 떨어지고, 먹을 것들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베짱이가 개미들이 사는 곳으로 놀러 왔습니다.


"개미들아, 잘 살고 있니?"


개미 B가 대답했습니다.


"베짱이야, 이제 먹을 것들이 거의 없어지고 있지?  우리들이야 지난여름 내내 곳간을 가득 채워놔서, 앞으로는 즐기면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개미 B는 어깨를 으쓱하며 음식들이 가득 찬 창고를 베짱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베짱이는 그 곳간을 보더니..

피식 웃어댔습니다.


"ㅎㅎ 너네 대단하긴 하구나.  근데, 난 지난봄에 비트코인을 사놨거든.  몇 개월 만에 그게 10배가 올랐지.  이게 내 비트코인 계좌야.  앞으로 난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이 있다구.  난 지금 멀리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지금 인천공항에 가는 길이다. 그럼 추운 겨울을 이 헬마당에서 잘 지내도록 하여라~"


베짱이의 계좌를 보고 개미 A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이게.. 이게 진짜야?  완전 대박~  비트코인이 도대체 뭐지?  나도 투자할 수 있는 거야?"


개미 B가 개미 A에게 말했습니다.


"저거 완전 사기야.  지금 벌써 몇 달 만에 10배 올랐는데, 거품이라고~  지금 비트코인을 산다는 건 미친 짓이라구.  좀 있으면 바로 휴지조각 될걸~"


개미 A는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뭔가 분한 느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모은 식량들도 내년 봄이면 다 떨어져.  그리고 내년 봄이 되면, 우리 개미들은 또다시 열심히 일만 해야 돼.  난 이제 이런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어.  베짱이는 평생 놀다가도 비트코인으로 대박 나서, 이제는 진짜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들 인생 아니 충생이 이게 뭐야?"


이를 듣고, 개미 B가 개미 A에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벌레들의 세계는 불공평한 거야.  헬마당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는 명언도 있잖아."


"흥~ 바쁜 벌꿀이 아니라 바쁜 꿀벌이겠지.  난 이제껏 모아둔 내 모든 식량을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에 몰빵 하겠어.  난 이제 이 지긋지긋한 개미들 소굴에서 벗어나고 싶어."


개미 B는 개미 A가 한심하다는 듯히 훈수했습니다.


"주식시장도 그렇고 개미들이 언제나 최후의 희생양이라는 거 몰라?  그래서 우리 여왕개미님이 '일개미들아 주식에는 손도 대지 말고 일만 죽어라 해라..'라고 그러셨잖아.   넌 여왕님의 어명을 거역할 셈이야?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더 미친 짓이라구. 배당금도 없어. 어디 투자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기야.  부루마블 돈이나 마찬가지라구.  지금은 완전 폭탄 돌리기 하는 거야."


하지만 개미 A의 눈빛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그게 부루마블 돈이건 게임머니이건 난 상관없어.  난 오늘 몰빵 할 거야."


개미 B는 개미 A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너 그러다 한강 가.  불로소득과 요행을 바라는 건 나쁜 마음이야."


하지만, 개미 A는 그날로 모아둔 전재산을 털어서 비트코인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비트코인은 50%가 폭락했습니다.

개미 B가 개미 A에게 찾아와서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거봐.. 너 완전 물린 거야.  내가 충고했잖아. 비트코인은 이미 끝이라구.  너 완전 베짱이에게 사기당한 거야."


개미 A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나 어떡해..  겨울을 지낼 식량도 없어서 굶게 생겼어..  엉엉~"




(Winter)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드디어 헬마당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하루는 개미 A가 개미 B를 찾아왔습니다.

개미 B는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어때? 잘 지냈어?  혹시 먹을 식량이 없다면, 내가 모아둔 식량을 나눠줄 수 있어."


개미 A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지난가을에 내가 사둔 비트코인이 10배가 더 올랐어.  난 이제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게 되었어.  나 사실 지금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서 베짱이랑 같이 놀려고 인천공항에 가는 길이야.  너에게 작별인사 하려고 온 거야."


개미 B의 눈은 휘둥그레해 졌습니다.


"뭐? 뭐?  비트코인이 니가 산 이후에도 10배가 더 올랐다고?  뉴스에서는 맨날 폭락한다는 기사만 있었는데.."


개미 A는 대답했습니다.


"내가 사자마자 반토막 나긴 했는데.. 그 후로 죽죽 미친 듯이 올라갔지. 뭐 중간에 가끔 몇십 프로 떨어지는 날도 있었지만.. 뭐 폭락할 때마다 신문에 폭락기사가 났는데.. 그런 기사가 날 때면 항상 곧바로 반등하더라구. 그래서 아마 너처럼 뉴스만 본 사람들은 계속 폭락만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그럼, 난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이만~  해피 뉴 이어~"


개미 B는 그다음 날 자기 전재산과 친구 개미들에게 돈까지 꾸어서 비트코인에 몰빵 했습니다.




(Spring)


봄이 찾아왔고..


비트코인은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개미 B는 친구 개미들의 빚독촉에 시달리다가..


한강에 갔습니다.


베짱이와 개미 A는 평생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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