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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Oct 27. 2023

2흘,3흘,4흘은 어떻게 이틀,사흘,나흘이 되었나?

구글, 너 마저..


요즘 뜬금없이 '사흘'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고 한다.


일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흘'을 4일로 착각해서 생긴 해프닝이라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까지 정규교육을 착실히 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흘'은 3일, '나흘'은 4일을 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헷갈리게 '사흘'은 4일이 아니고 3일이 된 것인가?


이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우리나라 국문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은 다음과 같다.


사실, 삼국시대엔 '이(2)흘', '삼(3)흘', '사(4)흘'로 쓰였다고 한다.


이것은 '삼국유사'에도 잘 나와있다.


'신라의 화랑들은 신삥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사(4)흘간 혹독하게 굴렸다.  


굴림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아무리 버르장머리 없는 신입도 4일째엔 고분고분해지기 마련이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화랑 4일 신고식'이었던 것이다.


뒷문장과 이어서 의미를 살펴보면, 


여기서 '사흘'은 3일이 아니라 4일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삼국유사'엔 '이(2)흘', '삼(3)흘', '사(4)흘' 이란 말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흘'은 '일'의 옛 경상도 사투리였다.


그런데, 고려 후기에 와서 '이흘'이 '이틀'로 변한다.


이는, 고려시대의 나이 많은 꼰대들이 습관적으로 아무 데나 '사이시옷'을 넣어서 발음하는 습관에서 생겨났다.


가장 웃기는 예로 '페북'을 '펫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이흘'을 '잇흘'로 말하곤 했는데,


'잇몸' 등의 말에 영향을 받아 사이시옷을 넣어서 생긴 말이다.


그러다가 '잇흘'은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이틀'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삼(3)흘'은 '사흘'로 '사(4)흘'은 '나흘'로 바뀐 것일까?


이는 모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생긴 해프닝이었다.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을 때는 두 가지의 이응이 있었다.


지금과 같은 모양의 이응은 음가가 없었고, 


지금의 받침에 들어가는 ng의 음가를 갖는 이응은 꼭지가 달린 '옛이응'이 쓰였다.


그래서 '상'이라고 쓰면 받침에 음값이 없는 이응이 쓰였기에,


지금으로는 '사'와 같은 발음이었다.


(받침의 음가 없는 이응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되었다.   지금은 모두 안 쓰지만..)


그런데, 어느 날 세종대왕이 왕명으로 '전 국민은 삼(3)흘간 특별 연휴를 가진다'라는 공고를 낸 일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훈민정음으로 공고를 내었는데..


훈민정음 초창기여서인지 공고를 베껴 쓰는 공뭔들의 글씨체가 제각기 멋대로였다.


그런데 어느 공뭔이 '삼흘'의 미음받침을 이응처럼 써버린 것이었다.


'미음'을 필기하는 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냥 네모를 그린다고 했지만 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공고를 보고..  '저게 삼흘이야? '상흘이야?' 하며 헷갈려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헷갈릴 때 항상 자기에게 득이 되는 식으로 생각하기 마련!


3일 연휴보다는 4일 연휴가 더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상흘로 읽은 것이었다.


이 사실이 세종대왕에게 알려지자, 세종은 껄껄 웃으면서, 


'그럼 그냥 4일 연휴로 가자~'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공고를 '전 국민은 사(4)흘간 특별 연휴를 가진다'라고 공식적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 당시 이미 우리나라엔 '아라비아 숫자'가 공공연히 쓰이고 있었다.


아라비아 숫자는 고려시대에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알려졌지만, 


우리나라 양반들은 한자만이 진정한 문자라 생각하여 천대했다.


그러다가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한글이 보급되자,


서민들 사이에서는 '한자'만이 문자가 아니다, 편한 문자면 다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아라비아 숫자'의 사용도 서민들 사이에서 늘어났다.


그래서, 일부 공뭔들이 위의 공고를 쓸 때 '사흘'의 '사'자 대신, 아라비아 숫자 '4'를 써서 '4흘'로 썼다.


이는, 공고가 '삼흘'에서 '사흘'로 바뀐 것이기에, 


4를 특별히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는 또 다른 오해를 낳았는데..


서민들이 '4'자를 '나'자로 잘못 읽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걸 보고 '어? 나흘?  나흘이 뭐지?'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요즘 한양 젊은이들은 '사흘'을 '나흘'로 부른다고 하네요~'라고 했고..


그리하여 '4흘' 이 '나흘'로 굳어진 것이었다.


이 해프닝 후, 조선에서 3흘은 '사흘'로 4흘은 '나흘'로 완전히 바뀌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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