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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Oct 27. 2023

왜 블랙베리 주식은 아이폰이 나온 후에 최고점을 찍었나

흔히들 주가는 미래의 반영이고 실제보다 앞서간다고 합니다.


또, 사람들은 '아이폰'이 나오고 '블랙베리'가 망한 것으로 기억하고, 실제로도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폰이 발매되자마자 혹은 아이폰이 나온다는 루머가 있을 때부터 블랙베리를 만든 '리서치 인 모션 (RIM)'의 주식이 곤두박질쳤어야 하는데, 아이폰이 나왔을 때 RIM 회사 주식은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아이폰은 2007년 1월 9일에 발표되었고, 2007년 6월 29일에 처음 발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RIM의 주가가 최고점에 달한 건 2008년 6월경입니다.


아이폰이 발매되고 1년 동안, RIM의 주식은 오히려 급상승했습니다.


(아이폰 발표될 당시 RIM 주가가 40불대였는데, 2008년 6월에는 무려 140불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블랙베리가 한국에 상륙하고 '오바마폰'이라고 한국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시기도 아이폰이 나온 후인 2008년 경이었습니다.


즉, 스티브잡스의 전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은, 당시 대세였던 '블랙베리'의 매출과 주가에 당장 별로 영향을 못 주었을뿐더러, 오히려 블랙베리는 날개를 달고 더 잘 나갔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사람들의 기억과는 달리, 당시 '아이폰'이 발표되었을 때, 실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약간 갸우뚱 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격이 너무 비싸고, 또 통신사도 AT&T에 한정이고, 무엇보다 당시 모바일 데이터 요금제는 일반 개인에겐 너무나도 비쌌습니다.


'블랙베리'가 오랫동안 비즈니스 쪽만 공략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핸드폰이 대중화된 후에, 모바일 데이터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아이폰'이 실제로 대중화되고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아이폰 1세대가 아니라, 모바일 데이터 가격이 싸지고 속도도 빨라진, 3G가 대중화되면서부터였습니다.


스티브잡스도 아이폰을 발표할 때 스스로 애플의 목표는 핸드폰 시장의 1%만 먹는 거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아이폰은 처음엔 고가의 틈새시장만 노렸고, 그래서 이미 비즈니스폰으로 정착한 '블랙베리'의 소비자층과는 그리 겹치지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아이폰의 등장으로 오히려 전체적인 스마트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에, 아이폰의 등장이 블랙베리에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파이를 키워줄 조력자로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대 속에 블랙베리의 주식은 오히려 더욱 오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대는 그 이후 2-3년이 지나면서, 완전 무너져 내립니다.


실제로 이런 예는 다른 경우에도 종종 보이는 거 같습니다.


기존에 시장을 선도하는 1등 상품 A가 있는데, 이때 다른 혁신적인 상품 B가 나와도,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기간 B에 대해 뜨뜻미지근합니다.


A를 만드는 회사가 분명 더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A를 만드는 회사는 이미 이 분야에서 가장 능력 있는 회사다.


B와의 경쟁은 오히려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서 윈-윈 하게 될 것이다.


등등의 기대로 몇 년 후에 A가 망할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오히려 망해가는 와중에도 계속 기대를 하며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베리를 만든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 회사의 흥망성쇠를 그린 영화 '블랙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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