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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Oct 27. 2023

대박 나서 망한 회사 '컴파일'

뉀네 중에 8비트 MSX 유저라면 다 알만한 '컴파일(Compile)'이라는 게임회사가 있습니다.  사명이 '아스키(ASCII)'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만큼이나 평범한 회사인데, '코나미(Konami)', '타이토(Taito)', '남코(Namco)', '캡콤(Capcom)' 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은 중소기업이었습니다.


너무 작은 회사이다 보니, 처음엔 하청제작만 하고 배급은 '포니 캐니언(Pony Canyon)' 같은 큰 회사 이름으로 게임이 나가다 보니, 자체 판권도 보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MSX에선 전설이 되어버린 '자낙(ZANAC)'이 대히트를 치면서,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낙'은 MSX 유저(혹은 대우 재믹스 유저)라면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 히트를 친 종스크롤 슈팅게임인데, 판권을 배급사인 '포니 캐니언'사가 갖고 있다 보니, 자체배급을 할 정도로 회사가 성장한 후 '컴파일'사는 '알레스터(ALESTE)'로 제목을 바꿔서 시리즈를 이어갔습니다.


('알레스터 2'는 MSX 최고의 종스크롤 슈팅게임입니다.)


'자낙'의 후속작 '알레스터'는 80년대 MSX로 꽤 히트친 슈팅게임이다.


또, 회사가 커지면서 독특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디스켓 잡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알레스터의 데모판을 뿌리려고 하다가, 당시로서는 방대한 플로피디스켓의 용량에 고작 데모 게임 1개만 넣는 것은 비효율이라고 생각해서, 디스켓 잡지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MSX는 3.5인치 2DD가 플로피디스켓 표준이었기에, 720KB를 담을 수 있었는데.. 당시 메가게임이라고 해봐야 128KB였습니다.)


그래서, 새로 나오는 게임들의 데모버전을 모아서 '디스크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싼 값에 팔았는데, MSX 시절 매달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게임은 다름 아닌 '디스크 스테이션'이었습니다.


그 당시 게임은 엄청 고가였습니다.  80년대임에도 게임 한 개에 7,000~10,000엔 정도였으니, 지금보다 게임이 싸지 않았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지금 돈으로 게임 하나에 수십만 원 하는 셈이었습니다.


더구나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게임 신작에 대한 정보라고는 게임 잡지 외엔 없었습니다.  그러니, 데모판을 모아놓은 게 대박을 친 것이었습니다.


'디스크 스테이션'이 히트를 치자, 데모 버전뿐 아니라, 간단한 게임들을 함께 넣어서 팔았는데, 이렇게 해서 소개한 게임이 반응이 좋으면, 계속 게임을 만들어 가는 식이었습니다.  (즉, 파일럿 버전을 만들었다가 반응이 좋으면 본격적으로 제대로 만드는 방식을 개척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게임 중 '마도물어'라는 RPG가 히트를 치자, 이 게임을 연재식으로 계속 만들어 꽤 성공을 했습니다.  또, '마도물어'에 나오는 괴물캐릭터인 '뿌요뿌요'가 반응이 좋자, '뿌요뿌요'를 주인공으로 하는 '테트리스'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게임이 완전 초 대박이 난 것이었습니다.


90년대 대박 히트를 친 테트리스류의 퍼즐 게임 '뿌요뿌요'


'뿌요뿌요'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해서, 단숨에 '컴파일'사는 떼돈을 벌었습니다.


이 게임은 90년대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쳤는데, 얼마나 히트를 쳤냐면, 당시 'UP'라는 그룹이 '뿌요뿌요'라는 제목의 노래까지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뿌요뿌요'는 '컴파일'사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는데, 총직원 100명 정도의 작은 회사가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너무나도 큰 히트를 치다 보니..


회사 사장이 맛이 가버렸습니다.


이후 컴파일사는 이상한 행보를 보여주는데, 뿌요뿌요 테마파크를 구상한다던가,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던가..


게임은 제대로 안 만들고 이상한 뻘짓만 계속했습니다.


결국 컴파일사는 자사의 판권을 '세가(SEGA)'에 팔고 망해버렸습니다.


'뿌요뿌요'로 번 돈으로 계속 양질의 게임을 만들었다면, 아마 지금쯤 큰 게임회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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