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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Oct 27. 2023

미국의 '닌텐도'가 될 뻔한 회사

게임기로 유명한 '닌텐도'가 19세기에 화투를 만들던 회사로 시작한 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서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회사인데요.  미국에도 이런 비슷한 회사가 나올 뻔했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처음 만든 '아타리'사 얘기가 아니고.. ('아타리'는 처음부터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의 한때 라이벌이었던 '콜레코'라는 회사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콜레코'라는 회사 이름은 좀 생소할 텐데요~  하지만, 40대 중반 이후의 뇐네라면, 80년대에 엄청난 히트를 친 '양배추 인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서, 품귀현상까지 있었고, 미국 완구점에서 '양배추 인형'을 사기 위한 전쟁은 당시 한국 뉴스에까지 소개될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 양배추 인형으로 대박을 낸 회사가 '콜레코'입니다.


'콜레코(Coleco)'는 '코네티컷 레더 컴퍼니(Connecticut leather company)'라는 이름으로 1932년에 시작된 피혁제품 회사로 오랫동안 가죽용품에 대한 사업을 해온 회사인데, 60년대부터는 완구사업도 했습니다.  ('Connecticut leather company'에서 처음 철자 두 개씩 빼서 'Coleco'로 사명을 바꿨음)


이 회사는  80년대에 엄청한 대박을 두 번 쳤는데, 하나가 바로 1983년부터 팔기 시작한 '양배추 인형'입니다.  (원래 1978년에 '재비어 로버츠'라는 사람이 만든 인형을 '콜레코'에서 대량생산하기 시작)


그리고 또 하나는 1982년도에 내놓은 '콜레코비전'이라는 게임기입니다.


70년대에 '아타리'가 비디오게임 시장을 개척한 후로 많은 회사들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는데, 그중에서 '콜레코'에서 만든 '콜레코비전'은 발매하자마자 100만 대가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며, 순식간에 '아타리'를 위협하는 게임기가 됩니다.


'아타리'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콜레코비전' 게임기


'콜레코비전'이 성공한 이유는 동시대 아타리보다 뛰어난 스펙, 그리고, CPU(Z80A)와 비디오칩(TMS9928A)의 선택을 잘해서 인데요~ 이 조합은 상당히 인기 있는 조합으로 후에 MSX의 표준으로 자리 잡습니다.  (MSX에서는 TMS9928A의 자매칩인 TMS9918을 씀 - 두 칩은 출력신호만 다름)


그러다 보니, '콜레코비전'은 MSX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정도로, MSX와 흡사해서 ('콜레코비전'이 MSX보다 먼저 나왔음) 콜레코비전의 게임들이 나중에 MSX로 컨버전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코나미'사의 '양배추인형'입니다.


흔히 '코나미'가 '양배추인형'의 라이선스를 얻어서 만든 게임이 아닐까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코나미'의 '애슬레틱 랜드'라는 게임을 '콜레코'에서 자사의 히트상품인 '양배추 인형' 캐릭터를 입혀서 변환해서 '콜레코비전'용으로 만든 게임인데, 이 게임이 후에 다시 MSX용으로 컨버전된 겁니다.


'콜레코비전'과 '양배추인형'의 연속 로또 당첨을 이룬 '콜레코'는..


로또 당첨자가 몇 년 후 파산하는 스토리와 비슷하게..


1988년에 거짓말같이 파산을 선언합니다.


우선 1983년에 '아타리 쇼크'로 미국 비디오게임 버블이 터지면서, 기존의 미국 게임회사들이 엄청나게 타격을 입었는데..  물론 '콜레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콜레코'는 '양배추인형'으로 따로 또 떼돈을 벌고 있었기에, 이 위기를 잘 넘기면, 오히려 망한 회사들 틈에서 살아남아, 미국 게임기 시장을 평정을 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콜레코'는 비디오게임 산업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PC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그래서 야심 차게 '콜레코 아담'이란 컴퓨터를 내놓지만, 이 컴퓨터가 쫄딱 망합니다.


사실 당시에 컴퓨터로 방향을 바꾼 것 역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거 같지만, 1983년에 '콜레코비전'과 거의 유사한 MSX 규격이 나온 상태에서, 왜 안전빵으로 MSX로 진출하지 않고, 위험성이 높은 독자규격을 고집하다 대차게 말아먹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콜레코 아담'이 망한 이유는 하드웨어 불안정 등 설계부터 문제였습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스펙이 공개된 MSX 기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제이죠.  미국은 '스펙트라비전'이란 회사가 유일하게 MSX 쪽으로 진출했다 망해버려서, MSX의 무덤이 되어버렸기에, '콜레코'가 MSX로 진출해도 망하는 건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냐고 할 수 있지만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제 생각에 당시 자금력이 충분한 '콜레코'가 MSX로 진출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콜레코'는 '콜레코 아담'이 망한 후로 게임기와 PC 산업에서 바로 손을 떼고, '양배추 인형'으로 번 돈을 '스크래블'을 만든 'Selchow & Righter'라는 보드게임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지만, 양배추 인형 인기가 시들어지고, 1985년부터 다시 살아난 비디오게임으로 인해 미국의 보드게임 수요가 급감하면서, 결국 1988년에 망해버립니다.


당시 미국 게임기 시장은 '아타리 쇼크'이후 무혈입성한 '닌텐도'가 독식을 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미 게임기 시장에서 손을 뗀 '콜레코'는 그저 손가락만 빨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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