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회사는 단연 ‘오픈AI(OpenAI)’입니다. 2022년 11월 ‘챗GPT(ChatGPT)’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후, 2023년은 전 세계가 AI의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이에 따라 오픈AI의 49%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이자 메인 파트너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총이 3조 달러를 넘어서 ‘애플(Apple)’을 꺾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가 되었습니다. 또, ‘엔비디아(NVIDIA)’는 주식이 수십 배가 오르며 이제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보다도 더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제미나이(Gemini)’ 1.5를 발표하며 챗GPT에 새로운 도전장을 냈지만, 같은 날 오픈AI는 ‘소라(Sora)’라는 동영상 생성 AI를 발표하며 더욱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소라가 만들어낸 동영상은 진짜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자연스러운 고화질 영상이라 비록 샘플 영상만 발표했음에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미나이는 최근 이미지 생성에서 역사적인 백인 인물들을 유색인종으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갑작스럽게 내리고, 주가도 하루 만에 5%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구글은 1년 전에도 챗GPT의 대항마인 ‘바드(Bard)’를 발표했다가 시연회에서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것이 뉴스를 타면서, 하루에 1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도 있었고, 결국엔 '바드' 대신 '제미나이'로 대체했습니다.
몇 년 전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가 이세돌에게 바둑에서 이겼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로 인식되었던 구글이, 왜 이렇게 계속 오픈AI보다 한 발짝 뒤쳐지는 발걸음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과연 오픈AI의 기술력이 넘사벽이라서 구글마저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까요?
구글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생성형 AI는 많은 GPU 사용량을 동반하기에, 검색기능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고, 따라서 단가가 더 비쌉니다. 즉, 기업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검색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 수익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직접 구독료로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광고를 노출시켜서 광고주에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사업모델은 90% 이상이 광고입니다. 구글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이유는, 검색을 통한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해서, 기존의 전통적인 광고 미디어들인 TV나 신문들로부터 광고시장을 빼앗아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구글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광고수익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구글은 광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빼앗아올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고, 오히려 광고시장을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오픈AI와 MS의 입장은 다릅니다. 오픈AI는 아직도 엄밀히 말하면 스타트업이니,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단계라 무엇을 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MS는 대부분의 수익을 윈도즈 라이선스, 오피스 구독료, 클라우드 구독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회사이고, B2C보다 B2B에 집중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자사의 검색엔진인 ‘빙(Bing)’이나 업무용 SNS인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서비스를 통해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있지만, MS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MS는 생성형 AI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길이 많습니다. 이미 오피스 ‘코파일럿(Copilot)’ 구독 플랜을 발표해서 돈을 받고 있고, 또 무료로 제공되는 코파일럿과 빙검색에는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더 내고 있습니다. 애초에 검색엔진 시장에서 5%도 안 되는 점유율을 갖고 있기에, 무엇을 해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생성형 AI에 값을 지불할 소비자는, 생성형 AI로 업무효율의 향상의 기대하는 기업이거나, 생성형 AI에 광고를 붙이고 싶어 하는 광고주인데, 전자는 MS에게 유리한 분야이고, 후자는 구글이 오히려 수성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즉, 생성형 AI의 전쟁터는 어쩌면 구글의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MS와 오픈 AI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싸움이고, 구글로서는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구글이 생성형 AI기술을 먼저 갖고 있었음에도 선도하기를 주저했던 이유였고, 결국 그 주저함이 계속 한 발짝식 뒤쳐지는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구글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생성형 AI가 닷컴 버블 때처럼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GPU의 품귀현상입니다. 지금 생성형 AI가 초거대모델로 가면서, 기술 싸움의 단계를 넘어 인프라 싸움의 단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즉, 누가 더 미네랄을 빨리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상황이 되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구글이 주저하는 사이에, MS는 엔비디아의 GPU를 싹쓸이하듯이 확보하면서, 미네랄 확보에서 훨씬 앞서 나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이 뒤늦게 GPU를 확보하려는 소리 없는 전쟁이 야기되면서, 엔비디아는 가장 귀하신 몸이 되어 버린 겁니다.
앞으로 AI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80년대 초의 아타리 버블이나 2000년대 초의 닷컴 버블 때처럼 지나친 버블을 형성하다가 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타리 버블이 꺼졌다고 비디오 게임이 없어진 게 아니고, 닷컴 버블이 꺼졌다고 인터넷이 없어진 게 아니듯이, 결국 생성형 AI는 우리의 모든 생활을 바꿔갈 것입니다.
이 전환점에서 구글이,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디지털카메라로 인해 망해버린 ‘코닥(Kodak)’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딜레마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해결책은 오직 하나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것을 스스로 버릴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코닥은 필름을 버리지 못해서 망했고, MS는 윈도를 버렸기 때문에 살아났습니다.
이제 구글이 광고를 버려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