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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Sep 16. 2024

충격적인 Playstation 5 Pro 가격

게임기 산업 은 과연 존속될 수 있을까?

<충격의 700불짜리 게임기>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 5'의 옆그레이드 버전인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를 발표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난리입니다.  '플스 5 프로'의 가격은 700불로, 기존의 '플스 5 (디지털 에디션)'보다 300불 높은 가격입니다.  (물론 미국이라 이 가격에 부가세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플스 5 프로'는 디지털 에디션만 나오고, 디스크 드라이브는 별도로 구입해야 합니다.)


700불이라는 가격은 여태껏 나온 주류 게임기 중에 가장 비싼 가격입니다.  게다가 소니에서 미국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나라의 가격을 책정하는 바람에, 미달러가 강세인 요즘, 다른 나라들의 인상폭은 더욱 컸습니다.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선 기존의 플스 5보다 2배 가까운 가격으로 올라버렸습니다.


특히 '플스 4 프로' 때와 비교가 되는데, 소니가 '플스 4'가 나오고 3년 후에 '플스 4 프로'를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플스 4 프로'의 가격을 기존의 '플스 4'와 같은 가격으로 책정하고, 동시에 '플스 4'의 가격은 인하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스 5'의 가격 인하도 없었고, '플스 5 프로'를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발표했으니, 게이머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역대 게임기 가격들>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컴퓨터나 전자제품의 가격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하락해 왔습니다.  게임기의 가격도 발매 후 몇 년이 지나면 처음 발매 가격보다 인하되었고, 새로운 게임기가 나올 때는 전 세대의 게임기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발매해서, 같은 가격으로 더욱 성능 좋은 게임기를 살 수 있어 왔습니다.


또, 게임기는 가격 탄력성이 아주 높습니다.  게임기는 PC처럼 업무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게임기를 사는 돈은 대부분 부모들의 지갑에서 나오는데, 부모들이 굳이 아이들에게 비싼 게임기를 사 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게임기의 가격은 새로운 게임기가 나올 때마다 아주 민감한 뉴스였고, 게임기 회사들도 가격 정책에 상당히 신중해 왔습니다.


그럼 지난 50년간 주요 게임기의 가격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발매 기준입니다.)


== 1세대 게임기 ==

마그나복스 오디세이 (1972년): 100불


== 2세대 게임기 ==

아타리 2600 (1977년): 190불


== 3세대 게임기 ==

닌텐도 패미컴 (1985년 - 미국):180불

세가 마크 3 (1986년 - 미국): 200불


== 4세대 게임기 ==

닌텐도 슈퍼패미컴 (1991년 - 미국): 200불

세가 메가드라이브 (1989년 - 미국): 190불


== 5세대 게임기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1995년 - 미국): 300불 -> 200불(1년 후 인하)

세가 새턴 (1995년 - 미국): 400불

닌텐도 64 (1996년): 200불


== 6세대 게임기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 (2000년): 300불

MS 엑스박스 (2001년): 300불

닌텐도 게임큐브 (2001년): 200불


== 7세대 게임기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 (2006년): 500불

MS 엑스박스 360 (2005년): 300불

닌텐도 위 (2006년): 250불


== 8세대 게임기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 (2013년): 400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2016년): 400불

MS 엑스박스 원 (2013년): 500불

MS 엑스박스 원 X (2017년): 500불

닌텐도 위 U (2012년): 300불


== 9세대 게임기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2020년): 500불, 400불 (디지털버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 (2024년): 700불 (디지털버전)

MS 엑스박스 시리즈 X (2020년): 500불

닌텐도 스위치 (2017년): 300불



<20세기 부모들의 심리적 마지노선 200불>


1972년에 최초의 게임기인 '오디세이'가 나왔는데 100불에 팔렸습니다.  물론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무려 730불입니다.  하지만, 70년대 초반에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이니, 신기한 물건이 이 정도 가격에 팔려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으로 대박 히트 친 게임기는 1977년에 발매된 '아타리 2600'인데, 이 게임기는 무려 3000만 대 이상이 팔려서, '콘솔 게임 시장'이 엄청난 시장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 게임기였습니다.  발매 가격은 당시 190불로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무려 960불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게임기가 3000만 대나 팔린 이유는, 당시엔 컴퓨터 자체가 어마어마한 고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해에 애플 사는 8비트 컴퓨터 '애플 2'를 발표했는데, '애플 2'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버전이 무려 1300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 2'는 당시로서는 가성비가 좋아서, 어마어마한 히트를 쳤습니다.


또 당시엔 컴퓨터로 게임 외엔 할 것이 없었습니다.  1300불짜리 컴퓨터도 싸다고 하는 마당에, 190불짜리 게임기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으니,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고가의 기기라고는 해도, 그 시대에서는 너무나 싸고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책정된 190불은 실제로 오랫동안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이 됩니다.


"애들 장난감으로 200불까지는 내가 사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너무 부담이 간다."


이 200불이라는 가격은 이후 2000년까지 무려 23년간 게임기 시장에서 암묵적인 동의였습니다.  더 성능이 좋은 게임기가 나와도 가격은 200불로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3세대, 4세대, 5세대 게임기들이 대부분 200불로 발매되었습니다.



<게임기의 주도권을 바꾼 299>


그런데 기술이 발전될수록 게임기의 구조와 성능이 바뀌면서, 5세대 게임기가 시작될 즈음에 가격 폭등이 있을 뻔했습니다.  4세대까지는 게임들이 대부분 게임팩으로 발매되었는데, 게임팩은 게임을 반도체에 저장하는 것이라, 고용량을 저장하는데 당시로서는 무리였습니다.  그런데, 저가의 저장매체에 수백 메가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CD-ROM이 나오자, 게임기들도 CD-ROM을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당시엔 CD 드라이브도 고가여서, 게임기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이로 인해, '세가 새턴'은 400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300불로 발표했는데, 이때 세가와 소니의 가격 발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회사의 운명을 가른 가격이었습니다.


소니는 1995년 E3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발표할 때, 아무 말도 안 하고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299" (세가보다 100불이 싸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로 딱 이 말만 하고 내려감)


이 한마디가 소니와 세가의 운명을 바꿨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결국 100불이 비싼 '세가 새턴'은 폭망 했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게다가 다음 해에 닌텐도는 CD를 거부하고 여전히 게임팩을 고수하면서 200불로 ‘닌텐도 64’를 발매했는데, 이때 소니는 플스 가격을 100불 인하하는 초강수를 둡니다.


결국, CD로 인한 원가 상승에도 소니는 200불 마지노선을 지킨 셈이고, 이로 인해 소니는 순식간에 게임기의 절대 강자의 위치에 올라섭니다.



<21세기 들어 계속 비싸지는 게임기>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게임기에 점점 더 많은 기술들이 요구되었고, 물가도 점점 오르다 보니 수십 년간 지켜왔던 200불 고수는 힘들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MS는 네트워크 기능과 하드 드라이브를 장착한 '엑스박스'를 발표하면서, 가격을 300불로 매겼습니다.  소니도 DVD 기능을 넣으면서 '플스 2'를 300불로 올렸습니다.  닌텐도만 200불을 고수한 '게임큐브'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가장 실패한 게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대 부모들은 80년대와는 달리 300불도 너끈히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물가가 올라서 300불까지는 이젠 괜찮다는 얘기지 400불, 500불짜리 게임기도 사 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06년 소니의 '플스 3' 가격 발표는 그야말로 충공깽이었습니다.


'플스 1'에서 CD, '플스 2'에서 DVD로 크게 성공한 소니는, '플스 3'에 블루레이를 고수했는데, 당시에 블루레이는 상당히 고가였습니다.  결국, 블루레이 고수로 원가가 너무 올라버려 소니는 '플스 3' 가격을 500불로 매겼습니다.


이 당시 경쟁 회사였던 닌텐도는 '위'를 250불로 책정했고, MS는 블루레이 기능 없이 '엑스박스 360'을 300불로 책정했으니, 경쟁사들보다 무려 200불 이상 비싸게 매긴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니의 '플스 3'는 최악의 길을 걸으며, '엑스박스 360'에 마저 밀려버리는 신세가 됩니다.  막판에 소니는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독점 히트작을 발매하고, 게임기의 가격도 계속 낮추면서, '엑스박스'와의 경쟁에서는 최종적으로 비기는 꼴이 됩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에 가격 경쟁에서의 우위로 업계 1위에 올라선 소니가, 가격을 고가로 책정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엄청난 위기에 몰렸던 것입니다.


이렇듯 게임기는 가격에 아주 민감합니다.  고성능을 고집하면서 고가로 파느니, 어지간하면 원가를 낮춰서라도 싸게 파는 게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정책의 실패는 8세대 게임기에서도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MS가 대실책을 합니다.


7세대에서 블루레이를 빼면서까지 가격을 낮춰서 소니와의 경쟁에서 선전한 기억을 잊은 듯, '엑스박스 원'에서는 키넥트를 끼워 팔면서 가격을 500불로 발표해 버린 것입니다.  부모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20세기엔 200불, 2000년대엔 300불이었다면, 2010년대엔 400불까지는 가능했을 텐데, 갑작스러운 500불은 역시나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쟁사인 소니는 '플스 4'를 400불로 발표하면서, MS는 시작부터 비난을 받았고, 결국 다시 소니에게 게임기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2020년에는 소니와 MS 모두 새로운 게임기인 '플스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를 500불로 발표합니다.  이때는 어지간해서는 가격이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부모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500불로 올라갔다고 볼 수도 있고, 또 그동안 게임기 수요가 전 연령대로 확대되었기에 가격 탄력성이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 연령층 수요가 많은 닌텐도 게임기의 경우, 닌텐도 측에서 성능을 제한시키면서까지 저가를 고집해서 '닌텐도 스위치'는 아직도 300불을 넘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 세대에 와서는 플스와 엑스박스는 조금 비싸더라도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닌텐도는 저가를 고수하면서 독점작에 초점을 맞추는 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과연 게임기 시장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기의 가격이 마냥 높아질 수는 없습니다.  게임기 가격의 상향 마지노선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슷한 성능의 PC 가격입니다.  실제로 PC는 꾸준히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게임기와 PC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1970년대부터 2020년까지 약 50년간 게임기의 가격은 PC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1977년 '아타리 2600'의 가격은 '애플 2'의 가격의 15%에 불과했습니다.  90년대에도 게임기 가격은 여전히 200불 정도였지만, 당시 웬만한 PC 가격은 2000불이 넘어갔습니다. (90년대 PC광고를 보면 1000만 원에 달하는 PC 광고도 있습니다.  당시 PC는 3년 된 중고 소형차 수준의 가격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게임기 시장과 PC 시장은 완전히 분리되었습니다.


게임기가 이렇게 PC에 비해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기 회사가 게임기는 손해 보고 팔고 라이선스 비용으로 충당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임기는 PC보다 훨씬 저사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PC의 다양한 기능이 게임기에서는 필요가 없고, 결정적으로 PC 모니터의 해상도보다 TV의 해상도가 현저히 떨어졌기에, 굳이 고해상도의 강력한 그래픽이 필요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런데, 브라운관 TV가 사라지고 LCD TV로 바뀌면서 TV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4K TV까지 나와서 TV 해상도가 모니터 해상도를 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TV에서도 120Hz를 제공하는 등 TV와 모니터의 성능 차이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게임기도 PC처럼 해상도와 주사율이 높은 그래픽을 지원해야 하고, 이로 인해 동시대에 사용되는 PC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성능이 요구되어 버린 겁니다.  이러니 게임기 구조 자체도 PC와 거의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되었고, 원가도 PC와 비슷해졌습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듯 2020년 이후 팬데믹과 인공지능 열풍으로 그래픽 카드의 수요는 천정부지로 높아졌고, 이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픽 카드 회사들은 이제 게임기에 들어가는 그래픽 카드에 신경 쓸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게임기 회사들은 지난 4년 동안 원가를 낮출 수 없었던 겁니다.  예전 같으면 4년이면 원가가 현저히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공식적으로 소니, MS 모두 가격 인하가 없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성능을 향상한 '플스 5 프로'의 원가가 4년 전 '플스 5' 원가보다 훨씬 높아졌을 테고, 결국 소니는 700불이라는 가격을 붙일 수밖에 없게 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웬만한 저가형 게이밍 PC와 맞먹는 가격이고, 결국 게이밍 PC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돈을 주고 게임기를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또 부모들도 300불짜리 닌텐도가 있는데 700불짜리 게임기를 애들에게 사줄 이유가 없습니다.  


소니로서는 어쩔 수 없는 가격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가격이라면 팔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엔 웬만한 게임들이 PC와 게임기로 동시 발매되는 경우가 많기에, 닌텐도 게임을 제외하고는 독점작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이번 소니의 '플스 5 프로'의 가격과 그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게임기 시장 자체에 의문 부호를 남기는 사태가 될 듯합니다.  성능도 PC와 차이가 없고, 게임도 PC와 차이가 없고, 가격도 PC와 차이가 없다면, 굳이 게임기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점입니다.


어쩌면, 게임기는 타자기나 삐삐처럼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도태될 운명의 산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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