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
매 순간 그렇지는 않지만 아침이 되면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현재 내 삶에 대해서 그리고 주변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이런 편안함은 정말이지 처음으로 느끼게 된 거 같다. 나는 그 어디를 가나 불평불만 가득한 사람이었고, 마음에는 화와 불만족 그리고 채우지 못한 욕망으로 가득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마음들이 정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흘러가는 내 마음에 대해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언제까지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화엄경의 사상을 요약하자면 일체유심조라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가르침.
객관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어쩌면 가장 두려워하는 삶의 고비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몇 해 전 꽤 괜찮은 직장에 다녔고, 남편의 사업도 자리를 잡아갔고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하셨던 그때 누군가 나를 보고 좋겠다는 말을 했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 나는 지옥 속에 살고 있었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지옥 - 그 당시 나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두가 싫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표정부터가 삐딱하고 오만했으며 어두웠던 거 같다. 하지만, 그보다 상황이 더 열악한 지금은 외려 편하다. 물론, 남편이 아픈 것도, 버거운 이자를 갚아나가며 가장 노릇을 한다는 것도 모두 너무 큰 삶의 무게로 다가올 때도 있고 혹시나 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 새소리 들리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우리 집, 우리 동네, 나를 아직도 사랑해주시고 살펴주시는 부모님, 건강하신 시어머니, 마음 착한 우리 오빠 그리고 아직까지 내 옆에서 안되는 체력으로 내 아이의 아빠 역할을 해내는 우리 신랑, 말대꾸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아들, 그래도 이자 내고 밥벌이해주는 내 직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나를, 이 인생을 감사하게 만든다. 물론 이 마음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나, 지금의 마음은 감사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부디 내가 몇 해전 그랬던 거처럼 스스로 만들어 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불교에서는 분별함에 대해 늘 경계해라고 가르친다. 분별하여 내가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상에서 벗어나라고 말이다. 요새는 그 말씀에 조금씩 공감하게 되었다. 내 아상, 내이고(ego)에 집착하다 보면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나라는 것에 너무 매여있기에 나의 앵글이 좁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멀리서 그리고 높이 현상을 바라보게 되면 그 시시비비와 누가 옳고 그르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 내 마음이 진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챌 수 있는 거 같다. 그 알아채림을 위해서는 조금 천천히, 느슨하게 나를 풀어주고, 절대적이라고 하는 어떤 생각과 고정된 상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 같다. 그러면 좀 더 편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거 같다.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