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파트는 꽃향기가 나는 문을 통과하면 온통 핑크, 보라, 주황 장미과 꽃으로 디자인된 미디어 아트관. '꽃길만 걷게 해 줘'하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환상의 공간 속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꼈던 거 같다. 그리고 맨 마지막최백호 가수의 '부산에 가면'이라는 음악이 나왔던 피날레 전시장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노스탤지어적인 음악 속에서 부산의 명소를 하나씩 보여주며, 지금은 많이 침체된 부산이 언젠가 다시 부산의 르네상스를 맞이하리⁷라 하는 꿈을 표현한 작품. 내가 부산 사람이라 그런지 그 음악과 그 영상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던 거 같다. 오온이 공한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색, 소리, 향기, 맛, 촉감 등 이 오감을 이용한 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아트에 흠뻑 젖었다.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꼈다.
부산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갑자기 나는 지금 어떤 스토리 텔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심각한 생각을 해봤다. 사실 이런 주말이 없었다면 어딘가로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마저 든 한 주였다. 회사에서도 많이 불편하고 힘이 드는 상황에서, 남편은 미녀와 야수 속의 야수처럼 자기에게 닥친 불행에 힘겨워하고 매일밤 고통 속에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 두려움이라는 거센 파도가 그를 덮치고, 나를 덮쳤다. 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직전에 나는 동생 덕분에 이곳에 왔다.
잠시나마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음료수도 마시고 여유를 즐겼다. 불안, 두려움의 모멘텀이 잠시 멈췄다. 사실 외부사건이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두려움에 굴복해 버리기에, 우리가 쓰러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 두려움, 불안이라는 것이 더 큰 파도를 일으키기 전에 그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
뜬금없이 '부산에 가면'이라는 음악을 들으니, 다시 꿈을 꿔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갔던 전시회에서 들었던 이 노래에서 책임질 것이라곤 내 몸뚱아리 하나였던 그 시절, 죽이 잘 맞았던 회사 언니들과 새벽두시까지 술도 안마시고 맥도날드에서 재잘거렸던 내 20대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다시 그렇게 삶에 대해서 무한한 열정,기대와 행복함, 신남을 느끼고 싶다.
나도 부산에 가면 다시 나를 볼 수 있을까?
뭐가 되었건, 용기를 가지고 다시 꿈을 꾸기로 했다. 이 파도에 삶이 부서져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다시 일어나리라, 그때처럼 광안리 해변을 손을 잡고 걷는 상상을 하며 또 한 주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