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산에 가면, 다시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오감의 미디어 아트와 마음의 파도

by 따뜻한 불꽃 소예

화창한 일요일, 친한 동생과 아들 손을 잡고 부산 아르떼 뮤지엄에 다녀왔다. 별 기대 없이 찾은 이곳에서

오감을 자극했던 새로운 형식의 전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놀랍고 따뜻했다.


꽃향기 속을 걷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공간은, 꽃향기가 나는 문을 지나 들어가는 미디어 아트관.

핑크, 보라, 주황 장미로 뒤덮인 방 안에서 '꽃길만 걷게 해 줘'라며 셔텨를 누르던 순간, 정말 잠시나마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피날레,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라는 노래와 함께 부산의 명소들이 스크린에 하나씩 펼쳐지던 장면은 마음 깊은 곳에 뭔가를 건드리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파도 같은 하루에서 도망치듯

사실, 이 전시가 없었다면 이번 주말 나는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불편하고 고된 일들이 이어졌고, 남편은 말 그대로 고통과 분노 속에서 매일 밤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아들에게도 신경질과 폭력이 번졌다. 두려움이라는 파도가 몰려왔고, 그 파도는 나까지 휩쓸려 데려가려 했다. 그 순간, 동생 덕분에 도착한 이 전시가 내 마음을 멈춰 세웠다.

잠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불안과 두려움의 모멘텀이 일시정지된 시간을 보냈다.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 노래

'부산에 가면'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문득 내 삶의 스토리텔링은 지금 어떤 흐름에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책임질 것 하나 없는 몸뚱이 하나, 새벽 두 시까지 수다 떨던 20대의 나.

열정과 기대, 웃음으로 가득하던 시절. 나는 그때의 나를, 지금 이곳에서 다시 떠올렸다.


다시 꿈을 꾼다.

삶이란 늘 파도가 있고, 때로는 그 파도가 우리를 부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려움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멈추는 선택이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꿔 보기로 했다.

나도, 우리 가족도 이 파도를 넘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

그때, 광안리 해변을 손잡고 걸을 수 있기를 상상하며, 또 한 주를 살아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