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만 희생하는 것 같고, 나만 처절하게 바쁜 거 같아, 아이와 남편에게 짜증을 냈다. 남편은 나에게 자기 혼자 세상의 모든 짐을 진 듯이 그러지 말라고 했다. 어젯밤 산책하면서 그 말을 곱씹으며 꽤씸하다 생각했고 남편이 미웠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사는데, 그러다 한참 후 그냥 그 생각도 놓아주었다. 무엇 때문에 마음이 이토록 불편한가? 내 피해의식일까?.... 아마도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일상은 쳇바퀴 돌 듯 바쁘게 돌아가고 아침 준비, 회사, 퇴근 후에는 저녁 준비, 아이케어, 주말에는 또 아이 축구교실 등등 나를 위한 시간이 참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이 더 많이 들지 않았을까? 세상의 모든 짐을 나 혼자 진 듯이 아틀라스처럼 그렇게 무겁게 무겁게 살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STOP 나에게 여유를 주어야겠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자꾸만 놓치게 된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주위 사람에 대해서도 말이다.
너무 바쁘거나 운의 하강기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없다. 그래서 자꾸만 조바심을 낸다. 빨리 무언가 하려고 하고 남에 대한 배려도 자꾸만 놓치게 된다. 내가 설정한 목표만 보다 보니, 그 좁은 앵글로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내 건강도, 부모님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도 배우자가 힘들어한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억울해지고 불행해진다. 바쁘다는 것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나를 들여다 보고, 주위를 쳐다봐야 한다. 그래야 더 멀리, 더 많은 사람과 그리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다들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여유가 있으면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남을 이해할 수도 있다. 여유를 가지자. 그래야만 이 삶이 주는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다. 겨울로 가는 이 대지를 향해 무릎 꿇고 입맞춤하고 싶은 계절이다. 너무 아름다운 풍광들을 내어주며 이제 계절 또한 쉼으로 달려가고 있다. 나는 이제 할 일 다 했으니 좀 쉬련다하고 말이다. 쉼, 여유가 없다면 우리에게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침해가 늦게 떠서 그런지 요새 나의 기상시간도 같이 늦어졌다. 하지만 오늘 아침 따뜻한 이불속에서 조금만 더 있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일어나 아침밥을 해놓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지만 집 근처 산책길에서 깊어져 가는 계절의 아름다움과 신선한 아침 공기를 내 몸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냥 충만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오트밀 라테 한잔을 들고 출근했다. 왠지 모르게 시작이 좋은 하루다. 나에게 이런 여유를 좀 더 선물해 줘야겠다. 쉼이 필요하다.
> 아침 일찍 절에 가서 기도할 수 있는 것 혹은 아침 햇살을 느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
> 출근길에 서두르지 않고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
> 출근길에 자연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여유
> 업무 시작 전 하루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여유
> 저녁에 책 한 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
> 저녁 먹고 산책할 수 있는 여유
> 자기 전 아이에게 동화책 한 챕터 읽어줄 수 있는 여유
> 자기 전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나를 반성할 수 있는 여유
> 분기에 한 번씩은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여유
> 아는 지인과 차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
> 일주일에 한 번은 부모님께 전화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
이런 여유들을 누리고 싶다. 너무나도 소중한 나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