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위로

차라리 말하지 말자

by 따뜻한 불꽃 소예

주위에서 누군가 돌아가시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가족이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 소식이 너무 가슴 아프게 들렸다. 남겨질 가족에 대한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때때로 이렇게 슬픈 감정이 일렁일 때가 있다. 마치 거센 파도처럼 말이다. 그 일이 마치 내 일인 양 슬프고 미치도록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또 한 번 이겨내리라 다짐한다.


얼마 전 지인과의 모임에서 누군가 나에게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게 된다면 하늘에서 일꾼이 필요해서 데려갔구나 생각해라고 어쭙잖은 위로를 했다. 그 주둥이를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당신 부인이 말기암이라도 그런 말을 하겠소... 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혹 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위로를 할 때가 있다. 위로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라. 그 어떤 말로도 내가 마주한 상황에서 위안이 되지 않고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얼마 전 박완서 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에세이에서 작가가 아들과 남편을 황망히 보낸 뒤 어디 마음 둘 곳 없던 차에 우연히 박경리 작가의 집에 들러 위안을 받은 에피소드가 나온다. 비슷한 경험을 훨씬 일찍이 한 박경리 작가는 별다른 말 없이 '밥 먹어라, 먹어야 산다'라고 위로하셨단다. 거기에서 박완서 작가는 깊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그럴 때 말없이 토탁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설익은 말을 내뱉는지도 모른다. 그게 상대에게 어떻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그래서 나도 내 말을 돌이켜본다. 내 설익은 말, 어쭙잖은 감성으로 내뱉은 말들이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지 않았는지 말이다. 차라리 따로 할말이 없으면 그냥 입을 다물어야겠다.


흉터는 남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그 흉터가 아물지 않아도, 그 상처가 결코 지워지지 않아도. 박경리 작가가 건넨 '밥 먹어라'는 그 한 마디가 진정한 위로였던 이유는 그 어떤 말도 그 자리에선 부질없기 때문이리라. 다만, 우리 모두 살아남아야 하기에, 어설픈 위로 대신에 '먹어야 산다'는 단순한 말이 어쩌면 더 깊은 울림이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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