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thing at a time
한 번에 하나씩만 오자
by 따뜻한 불꽃 소예 Feb 25. 2022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이긴 하지만 가끔은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여러 가지 불행이 겹칠 때는 그런 생각이 든다. 제발 한 번에 하나씩만 와주면 안 되겠니... 작년 9월 추석 당일에 시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한 번에 오면 안 되는 많은 불행한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그것을 한낱 인간인 내가 막고 조율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기에 받아 들여야 한다.. 섬망으로 요양원에 계신 아버님으로부터 며칠 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님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직 아버님은 본인 자식이 자신을 병간호하다가 갑자기 급성 쇼크가 왔고 그런 와중에 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게 되어 지금 항암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신다. 형님들이 아직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아버님께서 우리가 자신을 모른 채 한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이것과 별개로 나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고 있다. 나무가 새로운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하듯 나 또한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육아의 힘듦이 또 나를 치고 있다. 항암 부작용으로 예민해진 남편은 아이에게 부쩍 소리를 많이 지른다. 그리고 기질적으로 드센 나의 아들은 성난 아버지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느 일곱 살 내기처럼 미운 짓을 종종 하고 있다. 휴우... 이런 카오스적 상황이 버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것 또한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이요, 받아 들여야 하는 것들이겠지... 해피 밸런타인데이.. 이런 걸 축하하며 우아하게 와인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평화의 날들이 나에게도 오겠지. 휴우 괜스레 주저리주저리 해본다. 그래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살아 있는 걸 보면, 내가 운이 그토록 나쁜 건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로 하자.
봄이 오고 있다. 아직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봄은 이미 오고 있다. 동장군의 기세가 어떠하든 말이다. 우리 가족 그리고 나에게도 이 고통의 시간, 동장군이 물러가고 희망의 봄이 오겠지.
자신의 운명을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화살이 들짐승을 쓰러뜨리듯 운명의 화살에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운명이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의 가장 고유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람은 운명의 힘으로 강인해지고 마침내 신이 된다. 운명은 차라투스트라를 차라투스트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운명은 당신을 당신 자신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by 차라투스트라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