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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an 16. 2023

정말 작은 제스처 하나

아이의 동화책을 읽으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하는 워킹맘이다. 하지만,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큼 최근 들어서 책 읽는 습관은 조금은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에게 TV를 보여주기 전,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있는데 '멋진 콩*'이라는 책을 같이 있다가 괜스레 코 끝이 찡해졌다. 아이들 동화책이 왜 이렇게 감동적이야... 갱년기도 아닌데 감성폭발이다. 멋진 콩이라는 책에는 콩 4 총사가 나오는데, 콩삼총사는 사람들이 보기에 멋쟁이이고, 나머지 하나 작은 콩은 평범한 콩이다. 그래서 이  작은 콩은 어릴 적 함께 같이 놀았던 다른 멋쟁이 삼총사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못난 모습을 자책했다. 어느 날 작은 콩이 실수를 했는데, 멋쟁이 삼총사 중 누군가 자기를 도와주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친구들이 자기를 도와줘서 이 작은 콩은 그들의 작은 배려와 관심으로 용기를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살면서 이런 게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관심, 작은 배려말이다. 나는 얼마나 그런 배려를 하는 사람이었나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가 말렸지만, 우리 시골집에 찾아오는 동네친구들을 위해 작은 배려를 해봤다. 생쌀을 새 먹으라고 내놓았는데 이게 웬걸 고양이도 와서 먹고, 고라니도 와서 먹는 게 아닌가.. 겨울철 먹을 것이 없어 이렇게 민가로 내려오나 보다. 그들에게도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의 작은 배려를 보이고 싶다. 나도 어쩌면 내 주위 사람의 작은 배려로 지금을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는데,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분이 문자를 보내셨다. 별일 없었지만, 그 문자를 받고 또 찡했다. 인생이라는 등반을 할 때 그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나 여기 살고 있다, 오버, 너 거기 잘 살고 있냐? 오버'. 이런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그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잘 살고 계시죠? 저도 자주 안부문자 드리겠습니다~~.


야오이 쿠사마라는 작가를 잘 모르지만, 그가 한 말 혹은 그의 말을 해석한 글에서 꽤 근사한 문장을 발견했다.

점 한 개로는 어떤 것도 달성할 수 없다. (Polka dots can't stay alone?) 수많은 점들을 무질서하게 그림에 심었고 이 점들은 그물이 되어 우여곡절의 삶을 놓으려 할 때마다 작은 야요이를 다시 끌어주는 '구원의 그물'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한 작은 점 혹은 관심으로 다른 이를 다시 끌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너무 멋진 삶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그 점은 다시 모여 모여 내 삶 또한 다시 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멋진콩 by 조리 존, 길벗 어린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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