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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불운의 무게를 견디는 법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남편의 검진결과가 좋지 않았다. 아니, 기대보다 훨씬 더 나빴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내 온몸이 얼어붙었다. 마치 차가운 액체가 몸 속에 흘러드는 것처럼. 새벽 한 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남편의 고개 숙인 모습이 떠오르고, 시댁 식구들의 냉랭한 반응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침까지만 해도 우리는 '생각이 미래를 바꾼다'는 왓칭의 구절에 힘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진단 결과가 그 모든 긍정의 기운을 산산조각 냈다. 나는 침대 옆 바닥에 앉아 108배를 했다.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맞대고, 내 마음의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내가 남편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남편은 자책했다. '당신이 일하는 동안 내가 좀 더 열심히 치병을 위해 더 노력할 걸, 미안해.' 그 말이 더 아팠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불운이란 결국 생각일 뿐이야.'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는 불운이란 생각이라고 했다. 불운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불운이라 여길 때 비로소 불운이 된다고.


하지만 말이 쉽지. 머리로는 이해되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불운이란 생각이 들이닥치면, 그것을 떨쳐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도 나는 그 말을 내 머릿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불운이란 생각일 뿐이다. 그 생각에 눌리지 않기로, 오늘도 다짐해 본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 왓칭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아무 기적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어제는 너무 잠들기 싫었다. 이 악몽 같은 현실에서 제발 벗어나게 해달라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은 밝았다. 그렇게 아침이 올 때마다, 나는 이시형 박사님의 말을 되뇌인다.

"아, 감사합니다. 나에게 새로운 하루가 또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은 내 일상이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보기로 한다. 기적을 믿다보면, 기적이 정말 일어날지도 모른다.


데일리 필라소피에 이렇게 쓰여 있다.

"불운은 결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이 사건에 대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되뇌이며, 불운이란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기를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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