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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일에도 웃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궂은일에도 웃을 수 있다면 나는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람이 될 것이다.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 동장군은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출근을 하다가 아하 얼마 전 읽었던 김승호 선생의 주역운명학에 나온 글이 생각났다. 우리의 선조들은 동지에 성문도 걸어 잠그고 조심하였다고 한다. 양기가 이제 막 태동할 때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충분히 그 양기가 충만해질 때까지는 매사 조심한다고 한다. 봄이 오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봄인 줄 알고 까불다가 너무 일찍 나온 개구리는 얼어 죽을 수도 있다. 봄의 기운이 충만해짐을 확연히 느꼈을 때 나와야 안전하게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상태가 좋지 않다.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고 이틀째 저녁도 먹지 않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고 한다. 휴우, 시어머니가 오셔서 내 마음도 심란하고 남편을 보고 있는 것도,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심란해지고 하는 그런 날들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우울했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상황이 바뀌는 거 같지도 않고 내 인생은 왜이리 날이 갈수록 레벌업인가하고 말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시댁은...


오늘 아침에는 눈이 떠지는 것이 싫었다.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힘들고 이 생을 사는게 힘들고 죽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키워내야 하기에 나는 또 마음을 굳세게 먹어야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침 아직도 강렬한 동장군의 기세를 보며, 그래도 봄은 오잖아. 니가 아무리 가기 싫다고 트집을 부려봤자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역에서는 만물의 흐름은 궁극에 가서는 변한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수명이 존재하듯, 내 고난에도 수명이 있겠지...어쩌면 요즘과 같이 힘든 것은 이제 좋아지기 바로 직전이기에 더욱 그 기세가 강렬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승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요가를 하며 내 허벅지와 배에 힘을 주고 있다. 그래야 왠지 버틸 수 있을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자. 내 몸, 내 기분, 내 느낌 이거에 계속 집중하고 하다보면 또 봄이 온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는데 내 지성이 임계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일단, 궂은 일에도 미소지으며 넉넉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로 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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