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힌다. 광개토대왕처럼
시어머니께서 집에 오셨다. 지난 주말에 왔다 가셨는데 아들 걱정에 다시 오셨다. 내 마음에 분노가 확 치밀어 오름이 느껴졌다. 심란함과 분노 등등 복잡한 감정으로 남편에 대한 미움과 시댁식구들에 대한 분노가 확 밀어왔다.
금강경을 사경하고 있다. 아무리 해도 내 마음의 아상, 인상, 중생상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눈에 가시이고 본인 관절에 좋다는 약초까지 들고 와서 우리 집 텃밭에 심는 그녀 모습에 강한 적개심과 분노가 생겼다. 하지만 이런 내 복잡한 마음을 그에게 풀 수 없다. '너희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미칠 거 같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그 아이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은 내 마음의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그녀의 행위와 말에 내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면 되는데 그런 마음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괜한 자격지심과 원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만 괴로워질 뿐이다. 그래서 내가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 나는 한 발짝 더 내 마음의 영토를 넓히기로 해야 한다. 이건 그들을 위한 게 아니다. 모두 내 마음 편하자고 그렇게 마음먹는 거다. 아픈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못마땅한 내 마음은 접어두고, 자기 자식 챙겨준다는 마음으로 왔으니 그리고 내가 해야 할 가사노동을 줄여주니 다행이라 여기고 고맙게 받으리라. 물론 분노의 말을 내뱉었을 때 잠깐의 시원함이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가기로 한다. 그녀 역시 불쌍한 어머니이니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후기-
왓칭 2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의 영토를 넓힌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위의 글은 단지, 내 마음 편하고자 금강경 경전을 따라 하자라는 약간의 의무감에 비롯된 내 마음 영토확장이었다. 하지만 왓칭 2라는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의 영토를 넓힌다는 것은 내 시야를 physical 한 것(육체)에 국한해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생각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내 영혼의 공간까지 확장하여 무한한 힘을 가지게 되는 굉장히 실용적인 자기 계발 방법이었다. 시야가 넓다는 것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다. 이는 단순히 다 같이 잘살아보세라는 관점의 넘어서 나 자신에게 실용적으로 큰 힘을, 예를 들면, 더 높은 지능과 창의력 또는 좀 더 현명한 문제해결 능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생각과 시야의 한계로 나는 많은 기회를 놓치며 살아왔다. 타인을 수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지 않던가 기회, 부와 변영의 싹은 항상 새로움을 받아들여서 확장되었을 때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내 마음의 영토를 넓히는 것은 단순히 마음수양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한 시작이 아닐까. 주역학자 김승호 선생은 넉넉한 마음, 긍정적인 감정, 인간친화적 감정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꾼단다. 마음의 영토가 넓어져야 복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 내가 너무나 바라는 복이 들어오는 삶을 위해서라도 내 마음의 영토를, 내 시야를 넓혀야겠구나.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그녀의 관점을 수용하기로 했다. 내 마음수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넓혀질 내 시야를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남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나도 어느샌가 좀 더 열린 넓은 시야의 소유자가 되어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 삶은 내가 항상 부르짖던 좀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쪽으로 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