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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려 한다.

- 갈등과 번뇌 속에서 나를 단련시키는 수행

by 따뜻한 불꽃 소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니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인간관계가 힘들어 사주까지 공부한 나로서는 지금의 직장도 결코 녹록지 않다.

며칠 전, 나와 잦은 갈등을 빚어오던 관리자가 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아, 이놈의 회사. 그냥 때려치우고 싶다. 그 생각이 머리끝까지 치밀던 찰나, 한 문장을 마주쳤다.


"초심자의 마음."

매일 바라보는 사람이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편견 없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말이었다.

과연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마음 깊숙이 올라오는 미움. 그 감정을 버리고 내가 만들어낸 선입견 없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 그저 "이 사람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관찰만 하는 연습.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동조할 필요도 없다. 단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을 걷어내는 것.

그는 왜 그런 걸까? 자존감이 낮고, 자아 위협에 민감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별일 아닌 일에도 권위를 휘두른다.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판단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생각을 놓아보기로 했다.


다른 갈등. 시어머니께서 집에 와 계신다. 예전 같으면 "또 오셨네..." 하며 분노가 일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들었다. 아침, 출근 준비에 정신없는 내게 "정신없지?" 하시며 자기도 옛날에 도시락 4개씩 싸며 정신없이 살았지만 결국 아무 소용 없었다는 푸념을 하신다. 순간, 또 미움이 올라오려 했지만 그 감정도 그냥 흘려보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녀도 외로웠겠구나.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생각한다. 사는 것 자체가 수행이다. 이 갈등들은 결국 나를 단련시키는 수련장이다. 좀 더 평정심을 갖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보자. 나아가,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나는 분명 더 성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억지로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일이어야 한다. 억지로 참으며 착한 척, 양보하는 척하다 보면 자기기만과 억울함만 쌓일 뿐이다. 최근 스티브 잡스가 열독했던 책 『선심초심』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초심자의 마음이란 단순하고, 순수하고,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마음. 어린아이의 마음, 호기심, 겸손. 이런 마음은 결국 있는 그대로 보는 힘, 비판단의 태도로 이어진다."


수행이란 절에 앉아 눈 감고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마음을 깨어 있게 하는 것.

갈등도, 원망도, 내가 만든 집착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놓아둔다. "아, 이건 망념이군."하고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것은 스르르 사라진다.


집착은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그냥 흘려보내는 것.

초심자의 마음. 비판단, 인내, 애쓰지 않음, 수용, 내려놓음.

이 태도를 일상에서 연습하면 결국 마음의 고요, 자유, 기쁨이 내게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연습한다. 사는 게 곧 수행이니까.




초심자의 마음 스티브 잡스가 열 독 한 책 '선심초심' < 마음 < 기사본문 - 마음건강 길 (mindgil.com)

초심자의 마음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편견 없는 마음이다. 어쩌면 어린아이의 마음이요, 호기심, 겸손함,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는 이의 진지한 자세다. 이런 마음을 평생 가지고 사는 것이 선 수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초심은 결국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 즉 비판단(non-judging)의 태도로 인도한다.

삶을 보는 눈이 대개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 '좋고 나쁨'식으로 이원적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분별조차도 그 자체가 보편적인 존재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어떤 진술을 들을 때 보통은 자신의 생각을 개입시켜서 듣습니다.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견해를 듣는 셈이 되지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자신의 모든 선입관과 주관적 견해를 포기하고, 그저 듣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그가 하는 행동을 주시하기만 하세요.

이런 경청의 자세, 겸손한 마음은 단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정확한 눈을 가지게 만든다고 선사는 강조한다. 보통 사람의 인생이나 도를 닦는 수행자의 삶에 있어서나 인내(Perseverance)는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선은 어떤 흥분 상태가 아닙니다.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선입니다. 구도자의 길은 '일편단심의 길'또는 '한 방향으로 달리는 수천리 철길'이라고 합니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일, 불행, 재난, 사건 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선사는 수용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생각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실천은 잘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번, 쓸데없는 잡념 번뇌 속에서 살며 거기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마친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헤어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스즈키 선사는 애쓰지 않음(non-striving)의 마음을 제시한다.

무슨 수를 써도 없어지는 않는 집착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즈키 선사는 아예 신경 쓰지 말고 '내버려두어'라고 한다. 집착을 끊는 법. 곧 내려놓음(letting go)이다.

음 이건 망념이군, 하고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십시오. 망념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관찰만 할 때 고요하고 평화로운 본래 마음 상태로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망념에 대항하기 시작하면 휘말려 들고 맙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초심자의 마음, 비판단, 인내, 애쓰지 않음, 수용, 내려놓음의 자세를 갖고 일상생활을 해보라. 자연히 우리가 바라는 마음속의 고요(평정), 기쁨, 자유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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